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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비평/창작과 비평

신지수 연출작 "Parallel Universe" 리뷰

by Muzik者 2015. 1. 10.

그동안 밀려있던 공연감상 후기 글 연이어 올립니다. 이번 후기는 작곡가...? 연출가...? 설치 미술가...? 아무튼 이것저것 다하시는 다재다능한 예술가(!) 신지수님의 연출작 패럴렐 유니버스(Parallel Univers : 평행우주, 평행세계)(링크) 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2014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은 공연...? 전시...? 아무튼 독특하게 연출된 예술작품(!) 이에요.


그나저나 필자의 고질적인 영어 울렁증 땜에 포스터가 좀 마음에 안드네요..ㅎㅎ


젊은 여성 예술가인 신지수님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따로 서술할 것 없이 그녀의 홈페이지 링크(여기)로 대신 하겠습니다. 신지수님의 다양한 활동이력과 작품세계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방문하시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활동들이 대해 잘 정리해 두셨네요. 그리고 음악전문 특히 현대음악 전문 블로그인 "작토의 전위적 일상"(링크)도 운영중이시니 관련해서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하시기 바람니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포스팅이 많네요^^


개인적으로 여러 예쁘고 젊은 미혼여성 예술가들의 활동에 대해 참 흑심 관심이 많은데요... 여성작가가 상대적을 많은 한국 예술계의 특성상 이번 공연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많네요. '작토'님의 블로그에 나온 공연 관련한 정보와 안내들을 보고 참신한 기획에 작가와 작품에 대핸 강력한 호기심이 발동해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을 아직 직접 뵌 적이 없어서 안면이 없기에 당일날 '작토'님인 거 같은 느낌의 한 여성분과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별 인사는 나누지 않고 그냥 왔네요..ㅎㅎ 아직 숙녀분들 앞에선 수줍기만한 무직자입니다.ㅎㅎ


본 '공연'은 지난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서울 문래동의 '문래예술공장'에서 있었는데요... 연주회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전시회도 아닌 것이... 아무튼 음악연주와 설치예술과 멀티미디어가 묘하게 짬뽕된 결합된 뭐라 한마디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이자 '공간' 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시간이 15시~19시로 되어있는데요.. 입퇴장이 자유롭게 설정된 컨셉의 공연이라 관객은 그 시간안에 아무때나 드나들며 감상하면 되는 형태의 공연이었습니다.


제가 집이 서울이 아니라서 여기까지 찾아가는 일만 해도 보통 수고가 아니었는데요... 서울에 볼일이 있을 때면 항상 길을 못찾아 해매는 심각한 길치인데다가 문래동 자체도 처음 가는 길이라 많이 해맸네요... 스마트폰의 지도앱이 아니었다면 '미어른'이 될 뻔 했습니다.ㅎㅎ 아무튼 추위와 함께 길에서 버린 시간과 비용으로 인해 살짝 짜증이 올라올 쯤에 도착하니 건물 이름부터가 맘에 안드네요... 짜증나니 괜한 트집들이 보여요~ㅎㅎ 문래예술공장......"공장"이라니.. 예술작품을 기계 마냥 대량으로 찍어 낼 모양인가? 암튼 '예술공장'이라는 이 단어!, 굉장히 맘에 안들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공장'은 생각보다 작은 건물이에요. '공연'이 진행된 '공장' 2층의 공간도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열려있고 두꺼운 검은 커텐만 내려져 있어 안의 소리가 이미 밖으로 들리고 있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으로 이분되는 여느 공연장과 달리 '공연장' 안은 텅빈 어두운 공간안에 이러 저러한 '장치'들을 설치한 것으로서... 곳곳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소박히 마련되어 있었고 현악기 연주자들은 2층 난간에서, 피아노는 1층 한쪽 구석에서 연주를 합니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설치물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라고는 하지만 대형스크린의 화면에 비친 빛과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나오는 빛 그리고 연주자들의 보면대에 설치된 작은 조명 정도를 제외하면 공연장안의 내부 조명은 모두 소등되어 있는 상태라 매우 어두워서 조심시레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레 이동하여 감상하면서 '설계된 공간'의  평면도를 대충 수첩에 그렸는데요 이 포스팅을 위해 그림판으로 다시 그려보았습니다.


무직자가 재구성해본 공연장의 평면 그림


일단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어두워요. 환한 곳에 있다가 막 들어오면 대형스크린 말고는 뭐가 뭔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약 수분간의 '안구적응'이 끝나고 나니 하나 둘 설치된 '무엇'들이 보이네요. 기본적으로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 안에서 2층으로 부터 작은 불빛들이 비치는데 현악기 연주자들 보면대에 악보를 비추는 빛으로 연주자들이 기괴한 화음을 조용히 장음들로만 시종일관 들려주고 있습니다. 딱히 선율적 패시지나 리듬감 있는 연주는 없고 시종일간 장음들을 긋고 있을 뿐이라 저곡을 4시간 동안 하고 있을 연주자들도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렇게 4시간이 매운 긴 시간이다 보니 연주자들이 모두 함께 합주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는 때론 자리를 비우기도 했고... 여러명이 와서 번갈아 가며 연주하기도 한것 같습니다.


한가지 의아했던 점은 현악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음향의 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떤 선율적 패시지를 연주한 것도 아닌 단지 몇개의 음만 장음으로 조용히 시종일관 긋기만 하는데 악보를 볼 필요가 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면대도 악보를 보기위한 보조 조명도 사실 필요 없어보였거든요. 그정도는 외워서 또는 즉흥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보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번갈아가며 연주를 해도 자유롭게 입퇴장하며 잠시 머물다 나갈 관객과 달리 4시간 동안 시종일관 같은 소리를 연주하거나 듣고 있을 연주자들은 공연 후에 정신과 상담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ㅎㅎ


아무튼 2층에서 부터 공간을 채우는 드론(인도 라가음악에서 쓰이는 배경음)과 같은 조용한 울림들을 배경으로 찬찬히 소음처럼 들리는 설치물들에 귀를 귀울여보니 매우 익숙한 가요들이 들리네요. 위에 그림에서 보듯이 여러 위치에 컴퓨터 모니터 화면과 소형의 PC용 스테레오 스피커들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그 스피커에서 각각의 위치마다 서로 다른 대중가요들이 흘러나옵니다. 아마도 각각의 서로 다른 곡목을 미리 플레이어에 담아두고 '무한재생' 또는 '랜덤 재생'으로 설정해 플레이되도록 한 상태인 듯 한데요... 서태지와 아이들, 쿨, 룰라 등의 주로 90년대~2000년대 가요들이 선곡된 걸로 보아서 신지수님의 나이대가 대략 어느 세대인지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ㅋㅋ 이 왠지 모를 반가움이란..ㅎㅎ


그리고 피아노는 현악기들 처럼 저음의 특정음을 길게 누르는 것을 반복하더니 한동안 자리를 비우고 와서는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 드뷔시, 리스트 등의 유명한 피아노 작품들의 짧은 단락들을 연주하는데요.. 한곡을 진득하게 연주하는 게 아니라 짧은 단락만 연주하고 다른 작품의 또 다른 단락을, 그리고 이내 또 다른 작품의 한 단락을... 이렇게 일관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작곡된 곡은 한 곳도 없이 모두 그렇게 유명곡 들로 부터 단락들을 인용하여 연주합니다.


각각의 모니터의 화면 안에서는 양손이 점토를 쪼물딱~ 쪼물딱~ 이런 저런 모양을 빚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요 위에 그림에서 표시하였듯이 각각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녹색, 하얀색의 점토를 쪼물딱~ 하고 있습니다. '표절과 독창성에 관한 대답없는 질문'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공간" 안에서 일아나고 있는 모든 기운들에 대해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해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위의 그림에서 보듯 대형스크린에서도 영상으로 그 의미를 알수 없는 텍스트나 단어 또는 음절들이 나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물 흐르듯 흘러가기도 하고..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고...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불명확한 문장과 외계어 같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게중에 그나마 문장다운 문장을 하나 캐치해 메모를 했는데 그게 위에서 스크린에 표시한 문장입니다.


"난 항상 내가 뭘 생각하기 전에

그 친구들을 도와주려고 했던건데"


이게 당췌 뭔소린지......-_ㅡ? 이 공연을 감상하며 느낀점들을 뭐라 간략히 정리하기에는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당황스러움이 많았는데요.. 마치 썸녀의 내숭이나 다중적 의미의 대화법을 대할 때 겪게되는 당황스러움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트 중인 썸녀에게 "오늘 뭐 먹고 싶어요?" 라고 물어볼 때... '스파게티', '돈까스', '피자', '불고기'... 와 같이 자신이 먹고 싶은 걸 정확히 딱 이야기 해주면 참 좋을텐데요.... 그녀의 "아무거나"라는 대답으로 인해 패닉(panic)에 빠진 제 상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대체적으로 이런 여자들의 심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도 스스로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저더러 찾아 달라는 거겠죠? 그래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 싫은 건 또 너무 명확해요... '스파게티는 어제 먹어서 싫다... 피자나 치킨은 살쪄서 싫다... 고깃집은 앉는게 불편해서 싫다. 스테이크는 비싸서 부담 줄까봐 싫다...' 아~~~~~악!!! 나더러 어쩌라구요~~!! 그래서 패닉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지수님이 설계하고 연출한 이 '공간' 즉, "평행우주"의 공간도 작가가 분명한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감상하는 관람객이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죠. 물론 직접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지양하고 어떠한 분위기 또는 뉘앙스만을 풍기며 감상자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즉 사색(思索)을 유도하는 작품들은 오늘날 현대 예술의 주요한 시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론 너무 모호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사색(思索)을 하려다 낯빛이 사색(死色)될 지경이지요..ㅎㅎ 뭐 신지수님의 작품이 그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 메시지의 모호함으로 인해 분위기와 몇가지 단서만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을 하든... 아니면 스스로가 그 뉘앙스로 부터 사색에 빠지든 (설마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가?!)... 할텐데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게 물음을 던지는 이러한 종류의 예술작품에 관객은 어떠한 대답들 내놔야 할까요? 그냥 무응답?! 그래서 부제에 "대답없는 질문"이라 쓰신 걸까요?


이렇게 여러모로 당혹스런 질문을 작품을 통해 던지시는 신지수님...... 좀 출출하신가 봅니다. 아무래도 '작토'님 작업실에 스니커즈 한봉지 보내줘야 할까봐요...ㅎㅎㅎ



달콤함을 한가득 입안에 안겨드리면 좀 더 친절하게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선보여 주실까요?ㅎㅎ 아무튼 신지수님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찾아보려고 몇가지 단서들을 시작으로 얼굴 사색(死色)이 될 때까지 사색(思索)하며 퍼즐을 맞춰 봤습니다.


이 작품은 특정한 공간을 작가가 재설계하여 연출을 통해 '평행우주'라는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관람객은 그 세계를 방문한 여행객 정도가 되겠는데요... 완전히 다른세계의 문화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다시 돌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점토 빚는 영상'을 돌아보았는데요... '점토의 빚음 = 창작, 만듦, 수작업, 정성' 따위를 유추해보았는데 '왜 서로 다른 색을 썻을까?'... 같은 듯 다른 개성?...... 다른 색이지만 결국 점토 빚는 표절에 대한 암시?......


그리고 함께 왜 가요를 재생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서 이미 만들어진 완성품이지만 목록만 서로 다르게 섞어서 따로 재생함으로써 표절이나 독창성에 대해 어떤 걸 말하려 하는지...  그렇게 제 생각도 명확히 정리가 안되며 점점 모호해져만 갑니다. 관람객의 생각을 혼란에 빠뜨리는게 목적이라면 대성공 하신 듯..ㅋ


대형스크린에 떠도는 글자들도 어디선가 인용한 문장이나 단어들을 뒤죽 박죽 섞어놔서 혹시 낱말 맞추기인가 생각이 들어 한참을 바라보며 낱말 맟추기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아이고 의미없다...ㅠㅠ 그러다 문뜩 어딘가로 부터 필자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노랫말이 귓가에 들리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응?! 뭔가 절묘한데?!!



아무튼 이 공연의 기획이 갖고 있는 참신함에 호기심이 강하게 생겨 길을 해매며 어렵게 찾아간 자리였는데.. 이 혼란한 여러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좀 '정줄놓' 상태라 '작토'님을 본것도 같았는데 아는 척 하거나 인사 나누기가 좀 뻘쭘했네요.. 또 이 포스팅을 어떻게 마쳐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위에서 부터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저도 뭐라 쓴건지 제가 쓴 글 조차도 혼란에 빠진 듯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급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굳이 급 결론을 내리자면 신지수님께서 스니커즈를 좋아하실까요.......-_ㅡ?


이것으로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공감버튼도 부탁드려용~^^


- 무직자 (Muzik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