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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비평/소장음반 리뷰

Piano Music from Korea (한국의 피아노 음악), Klara Min

by Muzik者 2014. 7. 18.

이 페이지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을 소개하는 페이지 입니다.


첫번째로 소개하는 음반은 중저가 클래식 음반으로 유명한 (그렇다고 아티스트가 중저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 맙시다) 클래식 전문 레이블 낙소스(NAXOS)에서 2011년에 발매된 재미(在美)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 (한국명 민유경)의 음반입니다. 타이틀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KLARA MIN, PIANO MUSIC FROM KOREA (클라라 민, 한국의 피아노 음악) 인데요, 한국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한 음반입니다.


음반 사진 (싸인 받음! ㅎㅎ)                    


개인적으로 안면이 좀 있는데 사진이 참 잘나왔네요! 프로의 손길(?)이 느껴집니다.ㅎㅎㅎ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은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데요 책자에 소개된 내용은 전부 학력이나 수상경력 및 활동경력에 관한 내용이라 굳이 번역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링크를 걸어 둘 테니 클라라 민의 이력이 궁금하시면 500원! 여기를 클릭!


이 음반은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한국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이 담겨있는데요, 파안(琶案) 박영희, 고(故) 윤이상, 강석희, 최우정, 김정길 (이상 음반의 트랙순)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한 것 입니다.


수록곡 목차                         


그런데 음반의 표지와 책자에 작곡가 최우정의 영문 표기가 오기(誤記)되었네요. 최(CHOE or CHOI)를 채(CHAE)로 잘못 인쇄해서 나왔어요. 하지만 CD를 컴퓨터에서 돌려보니 CD정보에서는 올바로 CHOE로 표기됩니다. 한편, CD정보에서 박영희, 윤이상, 강석희의 이름은 한자로 나오고 곡 제목들은 모두 일본어로 나오네요! 왜 그런걸까요? 낙소스가 일본 레이블도 아닌데 말이죠...

직접 이 음반의 수록곡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럼 작품 트랙 별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현대의 작곡가들의 생소한 피아노 작품들만 모아 소개하고 있는 음반이므로 연주의 질 보단 작곡작품에 대한 감상평의 위주로 리뷰하겠습니다. 사실 이 음반에서 연주된 작품들이 비교할 만한 다른 녹음이 거의 없어서 연주해석에 대해 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좀 있네요.



박영희 - 파문(波紋)


1번 트랙은 독일 브레멘 예술대 교수를 지낸 박영희(1945~)의 1971년 작(作) <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호(號)를 붙여 박-파안(琶案) 영희 (Younghi Pagh-Paan)로 알려져 있는데요. 파안(琶案)은 '책상위에 놓인 비파를 보며 생각에 잠기다'는 뜻으로 철학가이자 사상가인 도올 이라 쓰고 '돌'이라 불리는 김용옥씨가 붙여준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카더라 통신으로 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박씨가 유학시절 박영희라는 동명이인이 유럽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었기에 저작권의 구분을 위해 다른 이름으로 등록할 수 밖에 없었다네요. 안습! 한국의 흔한 철수와 영희! 아무튼 작곡가 박영희씨에 대한 자세한 이력은 여기 또는 여기에서 확인하시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 곡은 작곡가가 독일유학 전에 쓴 건데 1971년이면 만26세로 초기작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의 작품목록(링크)을 보면 이 곡을 첫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고 1971년 이전 작(作)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전 작곡물들은 습작으로 여기고 파문부터 자신의 음악세계와 개성이 발현된 작품으로 여기는 듯 합니다. 이는 이 음반에 함께 수록된 윤이상도 비슷한데 윤이상은 유럽유학 이후, 자신의 작품목록에서 유학전에 쓴 작품들은 모두 제외시켰습니다. 스스로 작곡작품이 아닌 습작물 정도로 여기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 한국의 무식한 성악가들은 한국가곡을 소개한답시고 윤이상 스스로가 작품으로서 포기한 그의 초기작인 '고풍의 상'을 윤이상의 '작곡작품'으로 열심히 소개하며 해외에서 부르고 있답니다. 무식하면 용감한 거다!


다시 무직자, 한국 성악가들 무식하다 발언, 파문!!!으로 돌아와서... '파문'은 물위에 이는 물결을 뜻하는 단어로, 작은 호숫가를 거닐다 호수에 돌을 던져 이는 물결을 보던 기억을 바탕으로 그 영상을 피아노 음향에 담았다고 합니다. 돌맹이 하나로 부터 시작한 둥근 물결위에 다시 돌을 던지면 또 다른 물결이 일고 이 물결들이 흩어지는 중에 얽혀지고 파문을 그리다 이내 호수가 잠잠해지 듯이, 곡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잠잠한 가운데 돌맹이 떨어지 듯 작은 음, 또는 작은 음향체로 드문 드문 이어지다 곡의 중후반에 가서 하나의 격동적 흐름으로 얽혀집니다. 그러다 다시 잠잠 해지며 드문 드문 음향제가 이어지고 또 파문을 그려 갑니다. 그렇게 영상 즉, 어떠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그린 곡 같습니다. 클라라 민의 연주 또한 깊은 호흡으로 오버(?)하지 않고 차분히 돌을 던져 놓고 바라 보듯이 연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군요.



윤이상 - 5개의 소품 (Fünf Stücke), Interludium A


2번 부터 7번 트랙은 고(故) 윤이상(1917-1995)의 1958년 작(作) 5개의 소품입니다. 작곡가 윤이상에 대한 이야기는 동백림 사건을 비롯해 워낙 파란만장해 (다카기 마사오, 29만원 개객끼!) 생략하고 링크(여기)로 대체합니다. 이곡은 유럽유학 초기의 작품으로 당시 서독을 비롯한 중부유럽 작곡계에서 주류를 이루던 음열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곡으로 아직 훗날 그의 특유의 '음향작곡'방식이 되는 주요음-주요음향기법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매우 자유로운 12음 기법으로 작곡된 이 곡은 아직 유럽 음악의 흐름을 공부하던 시기로 그들의 사고와 세계관을 배우고자 한 열의가 나타나는 곡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윤이상은 이 작품 이후 자신의 음악세계관을 확립해 가며 음향작곡 방식을 완성해 가면서, 작품들이 실내악과 관현악이 주를 이루고 관악기와 현악기를 위한 독주곡들은 자주 썻지만 피아노 독주곡은 거의 안썼는 데요, 그 이유는 그의 특유의 작곡기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주요음-주요 음향기법은 긴 비브라토와 장음을 많이 쓰는데 피아노가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주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후기작 중 유일한 피아노 곡인 Interludium A 에서는 A(La)음을 주요음으로 두드러지게 사용합니다. 예컨데 진행속에서 A음을 강조(액센트)하거나 화음에서도 A음을 내포하거나 은연중에 강조한다던지, 고요함 속에서도 잔잔히 지속적으로 울린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Interludium A'는 '5개의 소품'과 함께 그의 유이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건반악기를 위한 곡으로 Shao Yang Yin (小 陽 陰, 소양음)이란 제목의 곡이 하나 더 있는 데, 이는 챔발로(하프시코드)를 위한 곡으로 피아니스트 한가야(재일교포2세, 독일 칼수루에 음대 교수)가 피아노로 연주했고 음반으로도 발매되었답니다. 위에 박영희의 파문에 대한 설명 중 이야기 했듯이, 윤이상은 유학 전의 초기작들을 작품으로서 완전히 포기한 탓에 이 '5개의 소품'이 그의 작가로서의 첫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곡과 다음(8번)트랙 곡인 Interludium A는 오늘날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음반 발매도 이루어지고 있어 클라라 민의 연주와 비교해서 듣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음반이 위에서 이야기한 한가야 (Kaya Han)의 음반인데 두 음반을 함께 링크하겠습니다. 여기를 클릭 하시고 관심있는 분들은 한가야의 음반도 사서 들어 보세요. 참고로 한가야의 음반은 SACD (Super Audio CD)입니다.



강석희 - 피아노 스케치 (Piano Sketches)


9번 부터 10번 트랙은 서울대 교수와 계명대 특임교수를 지낸 강석희(1934~)의 1966년 작(作) 피아노 스케치(Piano Sketches) 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음반이 윤이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대 출신 작곡가들인데, 박영희를 제외하고는 전현직 서울대 교수들이네요. 강석희와 김정길이 윤이상의 제자이고 나머지가 강석희와 김정길의 제자들 일테니 어찌보면 연관성을 갖는 앨범기획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피아노 스케치'가 작곡된 해가 1966년인데, 윤이상이 동백림 사건이후 석방되어 독일로 돌아간게 1969년이고 후에 강석희, 백병동, 김정길, 최인찬이 윤이상의 초대로 독일 유학을 하게 되었으니 이 곡은 아직 독일 유학전에 쓴 곡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는 유럽의 현대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이었음에도 예상과 달리 전위적인 형태의 곡이라 놀랐습니다. 곡의 타이틀 처럼 음악적 '스케치'임으로 큰 틀의 형식적인 균형이나 흐름의 미학보다는 순간의 울림이나 구조적 아이디어에 더 치중한 곡이란 느낌이 드는데 그 울림들이 생각보다 전위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습니다. 다만 연주에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곡은 아니기에 연주에 대한 평을 내리기에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스케치를 이루는 단순한 몇개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지하고 연주했는지가 관건 인데 클라라 민의 연주는 과하지 않은 스케치에 깊은 호흡으로 채색까지 담으려 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굳이 그런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는 곡 인 것 같습니다. 스케치의 전위적인 울림들이 가볍지는 않으나 아이디어는 그리 대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우정 - Prelude No.2, 7, 8


11번 부터 13번 트랙은 서울대 교수이자 TIMF앙상블의 음악감독인 최우정(1968~)의 '프렐류드' 2번(2003년 作)과 7번, 그리고 8번(이상 2004년 作)인데 이 음반에서 가장 젊은 작곡가 이자 최신작이네요. 매우 전통적이고 단순한 소재를 활용한 곡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2번의 경우 현대음악으로는 드물게 완전5도와 같은 '깨끗한 음정'을  전면에 사용하고 있고 단순한 오스티나토가 들립니다. 7번은 중간에 매우 전통적인 멜로디의 2성부 캐논과 같은 구조나 모방의 움직임이 들리는 등 새롭다거나 특별한 건 못 느끼겠습니다. 8번도 빠른 페시지의 패턴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으며 멜로디나 화음 구조의 울림이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익숙한 울림들로 듣기 편안하고 현대의 음형들이 아닌 전기 낭만의 서정적인 프렐류드를 듣는 느낌입니다. 클라라 민의 연주도 매우 듣기 편안하며 서정적입니다. 프렐류드 3곡 모두 딱히 연주에 힘들이는 곡들이 아니기에 울림의 깨끗함이나 서정적인 표현이 연주에서 중요할 것 같은데요... 클라라 민은 깊고 깨끗한 울림을 무겁지 않게 가벼운 터치로 잘 표현해 주고 있다는 게 제 감상입니다. 보통 현대음악은 난해하고 복잡한 충.공.깽 울림들로 가득해 감상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은 데 최우정님의 프렐류드는 편안히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너무 편안해서 잠들 수 있다는 건 함정!



김정길- 고풍 중 1~3악장


마지막으로 14번 부터 16번 트랙은 강석희와 같이 윤이상 문하에서 수학했던 니캉내캉 친구 아이가~?! 김정길(1934~) 전 서울대 교수의 1982년 작(作)으로 모음곡 형태의 '고풍'인데 '유년의 추억' 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습니다. 음반에서는 1~3악장만 있습니다.  1악장 제목은 향합(香盒, 향을 담는 합), 2악장은 나막신, 쪼...쪼.. 쪽발이?! 3악장은 옥비녀 입니다. 유년속의 기억을 사물을 통해 투영하고 있는 듯 한데, 재미있는 건 나막신 이에요. 작곡가가 1934년생으로 유년시절은 일제강점기 일 테니 나막신을 유년의 기억으로 갖고 있는 듯 합니다.


김정길은 한국의 전통 리듬이나 선율을 주요한 재료로 다루어 온 작곡가 인데요 그런데 나막신!, 3악장에서 특히 토속적 전통 리듬이나 선율 진행이 두드러지네요. 1악장은 매우 협화적이고 깨끗한 장음의 화음이 비장하게 울리다가 고요하게 흐르는 등 성격을 분명히 대립 시킴으로 써 화음적 울림의 진행이라는 매우 단순한 한가지 아이디어로 곡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2악장도 1악장과는 다른 구조로 매우 일관되게 흐릅니다. 오른손이 절룩이는 붓점 쪽발이 신으면 원래 절룩이게 되어있다는...! 을 포함한 하행의 아르페지오를 반복하는 반면, 왼손은 중간중간 비장한 저음을 눌러주다가도 이리저리 산만히 이런 저런 멜로디를 들려줍니다. 이렇게 세가지 흐름이 쭉 일관되게 이어지네요.


이 또한 굳이 힘들이거나 수준 높은 테크닉을 요하는 곡이 아닙니다. 매우 감상적인 타이틀에 경쾌하고 서정적인 울림은 특별히 과한 음악적 해석이 불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클라라 민의 연주는 심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대 곡 자체가 악장마다 일관되고 곡의 기승전결의 완곡한 변형이 없어 심심하고 무난하며 평탄합니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최선이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기타 소감


작곡가 개개의 작품들은 개성있고 감상 포인트도 저마다 달라 흥미로울 수 있지만, 한국의 현대작곡가들에게 애정이 있고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도 이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듣지는 말라고 하고 싶네요. 곡들 대부분이 굴곡이 있는 곡이 아닌 매우 평탄하고 조용한 곡들이라 중간에 잠이 들 수 있어요. 필자도 여러번 시도 했는데 중간에 매우 졸려서 반항하다 결국엔 포기하고 잠들어요. 불면증엔 특효약!! 성공적인 감상을 위해 한번에 작곡가 한분씩만 골라 들으세요!



- A Review by 무직자(Muzik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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