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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비평/소장음반 리뷰

진은숙 - 아크로스틱 말장난

by Muzik者 2014. 7. 19.

이 페이지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을 소개하는 페이지 입니다.


두번째 음반 리뷰인 오늘은 2005년 독일의 대표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췌 그라모폰' (Deutsche Grammophon) 에서 발매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진은숙의 작곡집 "아크로스틱 말장난" (Akrostichon-Wortspiel, 독 / Acrostic Wordplay, 영) 을 리뷰합니다.



음반 실물 사진, 오른쪽 하단에 World Premiere Recording 스티커가 눈에 띄네요.


이 음반은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World Premiere Recording 이라는 표시가 있는데요, 수록된 작곡 작품들이 작곡된 후 이 음반이 최초의 녹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소장가치가 있는 음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 책자 뒷면, 일신재단과 금호문화재단이 제작 후원하여 발매된 음반이네요.


케이스 책자 뒷면에 수록 작품과 작곡가의 얼굴사진이 뙇! 나와았는데요, 다음과 같아요.


1~7번 트랙 Akrostichon-Wortspiel (독, 아크로스틱 말장난) (1991/1993) *

8번 트랙 Fantaisie mécanique (불, 환상의 기계?) (1994/97)

9번 트랙 Xi (1997/1998) *

10번 트랙 Double Concerto (이, 쌍 협주곡 더블 콘체르토) (2002)*


이미 설명 했듯이 전 트랙 모두 최초 녹음인 월드 프리미어 레코딩 인데요, 그중에서도 따로 *표시가 있는 트랙은 실황녹음 (Live Recording) 입니다. 즉, 두번째 곡인 8번 트랙 빼고는 전부 연주회 실황녹음 입니다. 연주는 현대음악 전문 합주단인 앙상블 앵테르콘템포랭 (Ensemble Intercontemporain, 현대 합주단)과 함께 메조 소프라노 피이아 콤씨 (Piia Komsi, 1~7번트랙), 퍼커셔니스트 사무엘 포레 (Samuel Favre)와 피아니스트 디미트리 바씰라키스 (Dimitri Vassilakis, 이상 10번트랙) 가 참여 하였고요.. 지휘는 각각 오노 카즈시 (Kazushi Ono, 1~7번 트랙), 파트릭 다뱅 (Patrick Davin, 8번트랙), 데이빗 로벗슨 (David Robertson, 9번트랙), 스테판 애쉬버리 (Stefan Asbury, 10번트랙) 가 하였습니다.


진은숙은 독일의 베를린에 거주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시사평론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미학자인 모두까기 인형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누나이기도 합니다. 또 위로 음악평론가 진회숙씨도 있지요. 남매 모두가 예술과 관련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네요. 남동생이 주업인 미학자 보다 부업인 시사평론가로 알려진 건 함정...

또 현재 한국을 오가며 서울시립 교향악단의 상임 작곡가로 일하면서 현대음악 프로젝트인 아르스노바를 기획,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럼 수록곡을 살펴보겠습니다.


Akrostichon-Wortspiel


쇤벩(A. Schoeberg)의 달에 홀린 피에로 (Pierrot Lunaire), 불레즈 (P. Boulez)의 주인 없는 망치 (Le Marteau sans maître), 스파게티 리게티 (G. Ligei)의 파이프, 북, 바이올린과 함께 (Sippal, Dobbal, Nadihegeduvel 씨팔 도발 나대지들마?!) 와 같은 앙상블 반주에 여성(女聲, 여자 목소리)이 더해진 '말하듯이 노래' (Sprechgesang) 하는 성악곡 입니다. 위의 세 작품들과 비교해서 듣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은데요, 유툽에서 검색하시면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습니다. 유투브 영상의 저작권은 홍인인간에게...


사전적 의미의 Akrotichon / Acrostic 이란 이합체(離合體) 시, 즉 각 행의 처음(과 끝) 글자를 맞추면 어구(語句)가 되는 것으로 일종의 글자 낱말 퀴즈 같은 것입니다. Wortspiel 은 말 장난, 단어유의(語遊戱), 낱말놀이 등과 같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총 일곱 장면 (7악장)으로 구성된 곡 인데요, 소리가 신기한 울림들도 많지만 난해하다기 보다 익살스럽고 유쾌합니다. 특히 메조 소프라노 의 익살스런 재잘거림이 감상에 재미를 주죠. 별의미 없는 단어나 기괴한 발음들을 노래하는 데 그것들을 낱말 퍼즐식으로 맞추면 어떠한 단어가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재미 있게 듣고 있는 트랙은 5번 Domifare S 인데 솔미제이션(Solmization, 계이름 부르기)의 Do-Mi-Fa-re 를 짜맞춰 나가는 듯 해요.



Fantaisie mécanique


pour cing instrumetistes라고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불어로 pour 는 영어의 for 이고, instrumentistes는 악기연주자들 일 텐데 'cing'이 뭔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구글 번역을 돌려봐도 번역이 안되는 단어네요. 트럼펫, 트럼본, 타악기, 피아노의 사중주 편성입니다. 조금 난해한 흐름으로 중구난방하다 곡의 후반부에 관악부가 단순히 음 몇개를 교체해 부는 가운데 타악기 파트가 잠시 재즈비트 같은 걸 연주하는 건 좀 이채롭네요. 곡이 초반부를 제외 하면 크게 에너지 넘친다거나 역동적이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초반부의 주제가 막판에 다시 나오는 데 (재현부?) 이때 주어진 변화가 다채로움을 주기 보단 오리려 더 심심해진 느낌이 들어요. 상대적으로 중초반의 음색들이 재미있습니다. 금관의 글리산도들이 금속성 타악기와 피아노의 높은 음역대의 청량한 울림들과 더해져 흥미로운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Xi


이 음반의 수록곡 중 가장 이질적인 곡이지 않나 싶은 트랙입니다. 일단 유일하게 전자음향이 사용되었습니다.  전자음향과 현악기의 특수 주법들 그리고 피아노의 고음부와 피아노 현 부분에서 연주된 색다른 음향의 조화가 기괴하면서도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너무 같은 패턴을 길게 반복해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레서 그런지 중반부 들어서면서 부터는 전자음향이 더이상 신기하게 들리지 않아요.



Double Concerto


마지막 수록곡은 피아노와 타악기 그리고 앙상블의  쌍 협주곡 더블 콘체르토 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음반에서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곡인데요.. 초반부터 다이내믹하면서도 다채로운 소리들이 쏟아 집니다. 난해하거나 기괴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다양한 소리들이 향연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타악기가 굉장히 중요하고 바삐 움직이는 곡 인데요... 작곡자의 오케스트레이션도 매우 훌륭하지만 연주 또한 악기간의 음량의 균형이 매우 잘 잡힌 것이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역량이 잘 느껴지는 녹음입니다.. 실황녹음이라는 데 이 걸 들어보니 이 트랙이 녹음 되었던 연주회는 분명 대성공 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씨디와 책자의 모습


여담. 과도한 '음악의 노벨상' 마케팅


작곡가 진은숙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 걸로 홍보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그를 소개하는 언론 기사나 리뷰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음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 상(Grawemeyer Awards, 이하 그로마이어 상)의 수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집고 넘어갈 점은 그로마이어 상(Grawemeyer Awards)이 과연 노벨상과 비견할만 한가인데요, 과대 홍보라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물론 상금이 20만달러 (약 2억여원)로 매우 큰 상이고 권위있는 상 임은 분명하지만 제정된 상의 성격과 "수상작"을 보면 노벨상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결례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로마이어 상은 작곡가나 음악가의 활동 전반을 추적하여 그 공로에 존경과 경애를 표하기 위해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한해 발표된 주요 클래식 관현악 및 뮤지컬, 오페라, 발레, 무용 작품 등 대형 작품들만 '추천과 공모를 받아' 그중 작품 하나를 골라 수여 하는 일종의 '작품상'의 성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이나 '칸 영화제 작품상'에 비유하는 것이 더 합당합니다. 그래서 역대 수상자를 보면, '수상작품'을 분명하게 병기하고 있습니다. 여기 에서 확인해 보시죠! 마찬가지로 진은숙의 수상도 진은숙 음악인생 전반에 걸친 공로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작품상을 수여한 것입니다.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 그래서 큰 상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음악의 노벨상을 앞세우는 것은 과대 홍보일 뿐 아니라 노벨상과 그로마이어 상에 대한 결례입니다. 진은숙이 훌륭한 작곡가 임은 분명한데, 기획사에서 하는 술수인지, 작곡자 본인이 그리 생각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마케팅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홍보를 하지 않아도 진은숙의 명성과 권위를 증명할 것이 많은데 왜 이런 수상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언론과 달리 국제 클래식 음악계에서 노벨상에 비견할 만큼 그 최고 권위를 인정하는 상은, 진은숙이 수상한 그로마이어 상이 아니라 독일의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이 수여하는 지멘스 음악상 (Ernst Von Siemes Musikpreis)입니다. 상금 규모도 10배 이상 더 크고 (현재 300만유로 - 약 40억원) 역대 수상자도 후덜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음악계에 대한 그 공로가 지대하신 대가들 뿐입니다. 이 상은 그로마이어 상 처럼 한 작곡가의 특정 작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는 물론 지휘자, 연주자, 성악가, 실내악단 까지 총 망라해 그들의 인생에 걸친 모든 음악 업적을 추적해 그 공로에 존경과 경애를 표하기 위해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링크 걸테니 역대 수상자를 한번 보시죠. 아바도, 아르디티 퀄텟, 번슈타인, 브렌들, 베리오, 불레즈, 브리튼 등 수상자의 면면을 보니 절로 수긍이 되지 않나요? 따라서 굳이 노벨상 마케팅을 하자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특정 작품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의 업적에 대해 수상하는 '지멘스 상' 이야말로 음악의 노벨상 (Nobelpreis der Musik) 이라 불릴 만 하며, 실제로 해외 언론에서는 이 '지멘스 상'을 그렇게 수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은숙의 그로마이어상 수상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것 또한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 상 수상과 비견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세계3대 영화제라 불리는 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 모두에서 본상을 수상했던 김기덕도 '영화의 노벨상' 이라고 드립치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



한줄평!


국제적 명성의 한국 여성 작곡가의 첫 메인 음반으로서 역사적 소장가치가 있는 음반!! 닥치고 구입!!



- A Review by 무직자 (Muzik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