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과 비평/창작과 비평

음악동인 '명(鳴)' 제1회 작품발표회 리뷰

by Muzik者 2015. 1. 8.


오늘의 포스팅은 지난 12월19일 일신홀 저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에서 있었던 음악동인 '명(鳴)' 의 제 1회 작곡발표회에 대한 후기입니다. 연말 연시 보고 온 공연도 많고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 보니 이제야 리뷰하게 되네요..ㅠㅠ


'울림'이라는 뜻의 한자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음악동인 "명(鳴)"은 서울대 작곡과 교수를 지낸 고(故) 장정익 선생(1946~2012)의 문하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작곡가들의 모임입니다. 장정익 선생의 타계를 계기로 고인(故人)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모임인 것 같은데요... 이번 첫 발표회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 봅니다.


본 공연은 전석 무료여서 저도 별 부담없이 다녀왔는데요... 공짜라면 무조건 좋은 블로거지 무직자 홍보가 잘 되어있지 않았는지 공짜임에 관객이 매우 극소수였고 일반 관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대채적으로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의 동료 및 음악계 인사들만 온 듯 했습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일반 관객의 관심이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음악계 안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거나 알리려 하지 않고 지인이나 초대하는 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이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합니다. 애호가들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홍보 창구들이 있음에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 보다는 대체적으로 음악계 내부에서의 홍보에만 그친 듯 해요... 그리고 일신홀이 주차 문제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있고요... 공짜는 싸구려 취급하는 심리도 일부 있었을까요?!ㅎㅎ



[프로그램에 대해...]


이날 연주회에서는 서울대에서 고(故)장정익 선생께 사사한 작곡가들로 고병량, 조영미, 이나영, 최고원, 임재경, 김규동의 작품이 연주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본 동인의 이름이자, 고인(故人)의 작품인 명(鳴) 시리즈 중에서 여덟번째 작품인 명(鳴)VIII 의 2악장이 연주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며 또 다시 제목과 편성 및 악기표기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네요.. 정말 음악계에서 이 문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군요..OTZ... 여러차례의 리뷰에서 매번 지적하는 저도 지겹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야지만 앞으로 조금이나마 개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의 공연은 한국관객을 대상으로 제작이됩니다. 한국관객 중에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독일어에 능통한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음악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클래식 음악가들이 흔히 쓰는 약어들 즉, Fl. Cl. Vn. Pf. 등 등이 우리말의 줄임도 아닌데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냥 플룻,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라고 쓰면 안돼는 이유라도 있나요? 클래식 음악회 오려면 영어와 독일어는 물론 음악용어의 약어들도 모두 익히고 와야 하나요? 클랴식 음악 애호가가 되려면 3개국어(국어, 영어, 독일어)부터 공부해야 하나요? 연주회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면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이날의 프로그램의 목차를 나열해 볼 테니 한번 살펴봅시다.



고병량 / 클라리넷과 신호증폭기능 타악기를 이용한 전자음향을 위한 "울림" (2014 초연)

Cl. 홍창준


조영미 / 피아노 독주를 위한 <선생님 판타지 (Teacher's Fantasies)> (2014 초연)

Pf. 강소연


이나영 / 'Following the trace of......' for Oboe & Piano (2014 초연)

Ob. 박지현 / Pf. 김선민


- Intermission -


최고원 / 'Winter dream' for Flute solo (2010/2014 개작초연)

Fl. 김소연


임재경 / <Küsschen> für Klarinette in B und Posaune (2014초연)

Cl. 백양지 / Trb. 최소라


김규동 / Fünf Klavierstücke (2014초연)

Pf. 현지윤


장정익 / "명(鳴)VIII- II" für Violine , Violoncello, Klarinette und Klavier (2009)



이게 대체 어느나라 연주회의 프로그램 입니까?! 고병량과 조영미는 제목과 편성을 한글로 표기하고 나머지는 각각 영어와 독일어로 표기했는데 참으로 기가 찰 노릇 입니다. 심지어 고(故) 장정익 선생은 제목은 한글(한자병기)로 표기해 놓고 편성은 독일어로 쓰고 있습니다. 작곡가 당사자야 영어나 독어에 능통하고 악기의 영어식 약어가 익숙하니 자신이 하던데로 그렇게 쓰셨겠지만 프로그램을 작성 및 제작하시는 분은 이 점을 인지하고 알아서 번역하고 한글표기로 옮겨 적었어야 하거늘 별 생각없이 만드니 요 모양 요 꼴이 되는 겁니다. 프로그램은 일반 관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음악가들만 인식하라고 있는게 아니기에 제발 좀 이런 부분에 신경 좀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외국어를 이해 못할 일반관객 입장에서는 예술가들이 외국물 먹고 온 거 티내는 거 같아 괜한 위화감이 생길 수도 있어요. 아무리 국제화 시대고 외국어가 중요한 시대라도 3개국어와 전문적인 약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며 관객에 대한 배려심 부족 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각설(却說)하고 이날 연주된 곡들에 대해 언급해 보겠습니다. 위의 프로그램에 나온 순서대로 이갸기해 볼께요. 참고로 작곡가들의 개인프로필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전부다 학력&경력 자랑 뿐이라 음악 이야기에는 별 도움도 안되는 정보들 뿐이며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전부다 서울대 출신으로 고(故) 장정익 선생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라는 것 외에 필요없는 정보들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전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작곡가의 작품해설은 황갈색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들어본 곡, 또 단 한번 들어본 곡을 자세히 기억하는 것이 사실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현대음악 연주회에 대한 비평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연주회를 관람하며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당시 받았던 인상들을 중심으로 느낀점들을 서술하려 합니다.



고병량 - 울림


이 곡은 클라리넷 독주자가 보이지 않는 가상의 타악기 연주자와 함께 울림을 만들어 나가는 즉흥적 성격의 작품이다. 작곡가의 스스인 장정익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대표작 "갑사甲寺"(1982)에서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음형 일부를 활용하여 클라리넷의 소리가 타악기와 연주장을 통해 다양한 울림을 자아내도록 하였다.


일신홀의 무대가 제법 좁은 편인데요... 관객시선에서 무대 왼쪽에 클라리넷 연주자가 있고 오른쪽에 톰톰, 심벌즈 등의 타악기가 셋팅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맥북으로 보이는 노트북을 켜놓고 앉아있는 사람이 보이는 데 전자음을 라이브로 조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타악기 연주자가 없이 연주가 되는데요... 추측컨데 클라리넷이 연주한 소리가 타악기의 울림통에 미세한 잔향을 울리고 이를 마이크로 받아 사전에 설계된 알고리듬에 따라 전자음이 형성되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정 연주음이 아닌 클라리넷 관을 통한 호흡소리나 키클릭(운지를 짚을 때 나는 소음)이 전자음을 통해 메아리 치고 이를 다시 모방(Imitation)하는 등 대위적 구조를 전반적으로 형성하고 있는데 전자음 실황(Live Electronic)을 활용한 작곡작품들에서 흔한게 볼 수 있는 뻔한 패턴들이라 형식적인 면에서 신선함은 전혀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가상의 타악기'라는 착상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의 타악적 임팩트는 실제 타악기가 연주를 통해 만든 전자음이 아니기에 신선합니다. 그래서 피드백(feedback) 간의 2중주 즉, 클라리넷 소리가 타악기 울림통에 울리고 이를 전자음이 받아 확장하고 이를 다시 클라리넷 받아 모방하며 만들어진 어울림의 소리 자체는 들을 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연주자가 특정한 고음을 불며 무대 밖으로 나가는 데요... 그렇게 무대 밖으로 나간 상태에서도 계속불고 있어요... 그런 의도가 의미 하는 바는 대충 이해하겠는데... 별로 인상적이진 않네요..ㅎㅎ



조영미 - 선생님 판타지


이 곡은 은사님의 함자 이니셜인 C.C(#), E의 세 음을 중심음으로 한 자유로운 형식의 두 악장의 곡이다. 세 중심음을 포함하는 펠로그(Pelog)음계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였는데, 펠로그 음계는 원래 인도네시아 특유의 7음 등거리 음계이지만 평균율인 피아노에 적용하면 반음과 온음, 단3도의 독특한 음정관계를 가진 음계가 된다. 이 음계로 만들어지는 수직적, 수평적 화성이 빠른 템포인 1악장의 주요소재이며, 느린 2악장은 자바 민요에서 차용한 선율을 함께 사용하였다.


처음 이 해설을 읽었을 때 생각난 것은 베르크(또는 벡, A. Berg)였는데요.. 베르크가 지인들의 이니셜로 부터 얻은 알파벳의 음들을 음악이나 음렬 안에서 상징적으로 사용하였지요. 물론 이름의 알파벳을 활용한 그 원조는 바흐(Bach = B-A-C-H : 독일어에서 B는 B♭음을 H는 B음을 뜻함) 이지만......


펠로그 음계를 소재로 활용했다고 하는요.. 음계는 엄연히 이야기 하자면 소재(mterial, Subjekt)라기 보다 하나의 정형화된 플랫폼(platform)입니다. 곡의 착상 단계 부터 음계에 대한 인식이 잘못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구동하듯이 음계는 소재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 때 언어적 기반이 되는 하나의 플랫폼 입니다. 장조, 단조, 평조, 계면조, 5음 음계, 온음음계(6음계)는 물론 역시나 인도네시아 음악의 대표적인 음계인 슬렌드로 음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많은 라가 음계들도 마찬가지. 그 플랫폼 위에 선율이나 화음들이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음계 또는 음 시스템은 더 고 차원적 체계이자 하나의 틀이지 단순한 소재 따위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작품을 들어보면 부분적으로 다른 플랫폼도 섞어 사용하기는 하나 이 펠로그 음계라고 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음악이 만들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스케일을 주제적 동기로 활용하는 예는 드뷔시와 흡사한데요... 이렇게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문화에 바을은 둔 플랫폼을 재해석해 사용한다면 이국적인 느낌과 함께 견고한 형식미과 구성력도 발휘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개발되고 시도된 플랫폼이 아닌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검증 받은 플랫폼이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플랫폼에 익숙하거나 관련한 공부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는 별로 신선하지도 않으며 역시나 관습적으로 들릴 뿐입니다.


또한 펠로그 음계라고 하는 플랫폼과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바 민요에서 차용된 멜로디가 은사를 기리는 판타지와 어떻게 매치가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음악이 들려주는 심미적인 느낌과는 별개로 주제에 대한 표현방식에 대한 이해는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상포인트를 잘 잡지 못하겠습니다. 음계라고 하는 플래폼을 감상포인트로 삼을 수는 없느니까요.


스케일을 활용한 반주와 그 플랫폼 위에 형성된 빠르고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표현된 선율들은 매우 인상적이고 또 때때로 화성적 진행으로 들리는 선율 또한 좋습니다만, 스케일의 형태만 다를뿐(온음음계 대신 펠로그) 드뷔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곡을 전개함으로써 드뷔시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데다가 좀 식상합니다. 그리고 템포가 빠르고 하려한 아르페지오를 많이 쓰다보니 연주자의 미스가 간혹 들리네요.


2악장은 느린 템포로 (대체적으로 발리의 음악들은 템포가 빠른 반면 자바의 음악들은 상대적으로 템포가 느림) 저음부에서 화성적으로 음산한 멜로디나 베이스를 형성하고 고음부에서 그 멜로디를 이어가나 다소 슬픈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이 선율들이 자바의 어떤 민요에서 차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1악장과 차분한 2악장으로 대비된 이 피아노 독주곡은 심미적 관점에서는 매우 들을만 합니다만, 관습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부분적으로 누군가를 모방한 흔적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어 그것이 오마쥬의 일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뒷 맛이 좀 개운치가 않네요.



이나영 - Following the trace of......

(~의 흔적을 쫓아 - 필자 의역임!)  응?! 문법적으로 Follow가 맞지 않나?(자신없음ㅋ)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는데, '맹인모상(盲人摸象)'과 '드뷔시(Debussy)'가 바로 그것이다. 'seven blind mice' 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불교 경전인 열반경(涅槃經)에서 비롯된 맹인모상(盲人摸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여간 그놈의 영어!!! 작품 설명처럼 하나의 큰 흐름으로서 기승전결의 음악적 문맥을 형성하기 보다 부분적인 구성 (섹션 별 진행)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감상하면서 달라졌다고 느낀 부분을 들으면서 메모하며 하나하나 세 보았습니다. 중간 중간 놓친 부분도 있어서 잘 세었나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18개 이상의 섹션으로 구성된 곡인 것 같습니다. 런 십팔쎅~~


[1] 피아노와 오보에 트릴을 중심 출발점으로 삼아 곡을 전개하는데 오보에의 하행 글리산도(glissando : 이탈리아어. 음을 미끄러지듯 이어 연주하는 것)가 인상적입니다. [2] 피아노의 빠른 역부점 리듬의 스타카토(staccato : 음을 짧게 끊어 연주하는 것)와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경쾌하고요... [3] 피아노의 하행 음형을 바탕으로 오보에가 장음을 늘어뜨립니다. [4] 아라비아 선율(?) 같은  오보에의 독주... [5] 메모 못함..ㅜ. [6] 특정 음렬을 활용한 듯 보이고 [7] 반복적인 멜로디를 활용한 단순한 구성...[8] 메모 못함..ㅜ.ㅠ [9] 상행멜로디의 피아노를 바탕으로 고음의 오보가 조화를 이루네요. [10] 피아노가 화음을 주로 스타카토로 연주하고 오보에는 주로 트릴로 선을 형성해요. [11] 메모 못함..ㅠ,.ㅠ [12] 피아노가 하행 진행후 반대로 상행 [13] 응? 드뷔시네! [14] 또 메모 못함 ㅠ,.ㅠ" [15] 피아노 뚜껑을 똑똑 노크하네요... [16] 또 드뷔시... [17] 빠른 패시지를 피아노와 오보에가 유니즌(?)하고 [18] 피아노가 극저음과 극고음으로 느린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각 섹션들이 짧아서 바로 바로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기에 메모하기 바빴네요..ㅎㅎ 그닥 인상적이었던 섹션들은 몇 개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도가 그러하니 전체를 종합해 평하기 보다 부분(섹션)별로 주목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긴 한데 음악이 자꾸 바뀌니까 감상하기가 점점 산만해 지는 느낌입니다.



최고원 - Winter Dream (겨울날의 꿈 - 무직자 의역)


겨울...

온 세상을 뒤 덮는 하얀 눈..

선생님이 떠난 그 날 겨울..

눈꽃이 가득 피었다.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을 방울방울 눈물이 된다.

그리고

나의 눈물은 눈꽃이 되어

하늘 가득히 날아간다.


작품 해설은 국문학의 서정시 형태를 띄면서 제목은 굳이 영어로 쓰신 이유를 모르겠군요. '겨울날의 꿈'이라 쓰면 그 서정성이나 그리움이 반감이라도 되나요? 영문시를 차용하고서 번역을 했으면 또 모를까...-_ㅡ;;;


연주자의 의상이 천이 풀어 해쳐진 양 주렁주렁(?) 헐거워 보이는 것이 참 독특했는데요... 곡의 표현을 위해 의도한 의상인지 여부는 연주자나 작곡가에게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


플룻의 강렬한 느낌의 짧은 제트 휘슬(Jet Whistle : 플룻 취구에 비스듬한 방향으로 강하게 바람을 불어 넣어 휘파람이나 호각 소리 비슷한 효과는 내는 연주법)(동영상 링크 참고)으로 곡이 시작하는 데요... 장음의 연주에서 플룻의 비브라토(vibrato : 음을 호흡의 세기 등으로 흔들어 연주하는 것)의 폭이 대체적으로 크로 다양하기도 한데요... 기보에서 그 폭의 차이를 둔 듯 합니다. 혀굴림 주법이나 글리산도, 트릴 등 다양한 연주법을 사용하는 데요... 상승하는 빠른 꾸밈들 후 고음의 장음을 내는 방식은 마치 대금산조를 듣는 듯 하군요.. 이것이 추억? 눈물?? 문학적 해설과 곡의 꾸밈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 고리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겠습니다.



임재경 - Küsschen (퀴스헨 : 가벼운 입맞춤 - 무직자 의역)


작품제목은 "Kiss" 의 작은 표현을 뜻한다. 故 장정익 선생님께서 즐겨쓰시던 트럼본을 사용하여 선생님께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자 하였다. 두 개의 악기가 주고 받는 흐름들 속에서 Dynamic과 음색이 변화하고 이를 통해 하나가 되어간다.


제목을 입맞춤 또는 키스를 뜻하는 독일어의 '퀴쎈(Küssen)'의 작은 표현인 '퀴쓰헨(Küsschen)'으로 직접 쓴 것은 인정할 수 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혹 외래어 단어 특유의 고유한 느낌을 번역한 단어로는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모차르트(Mozart)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Eine kleine Nachtmusik)"을 번역하면 '작은 밤음악' 정도가 되는데... 시챗말로 좀 '싼' 느낌입니다. 나흐트무지크를 영어로 직역하면 '나이트 뮤직(night music)'이 되거든요! 그래서 어떤 출판물에선 '점잖은' 느낌을 주려고 한자로 '소야곡(小夜曲)'이라 번역하였는데요... 이 또한 '국악곡' 냄새(?)가 나서 널리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어를 한글발음과 병기하고 해설에서 그 뜻을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와 같을 때는 해설에서 그 의미를 서술하는 것을 전제(前提)로 그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용인 됩니다. 다만 외래어 표기법에 기초한 한글표기발음을 병기 해야만 합니다. 위에서 제가 쓰고 있는 방식 처럼요... 그리고 우리 말에서 이미 외래어로 자리매김한 키스와 다이내믹을 굳이 원어로 표기할 필요도 없고요. 한자어도 이왕이면 '고(故)'와 같이 우리말 병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그램지(紙)를 만드는 사람은 작곡가들이 건네 준 타이틀(제목과 편성)과 해설글을 아무생각없이 프로그램에 그대로 옮길 것이 아니라 작문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감수하여 수정을 거치며 프로그램 및 해설지를 만들어야 이와 같은 문제들이 개선 될 것입니다.


클라리넷과 트럼본이 거친 날숨을 관을 통해 내는 소음을 주고 받으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조용한고 차분한 진행속에 갑자기 끼어드는 빠른 스케일의 클라리넷과 약음(mute)된 트럼본의 조합이 음색적으로 재미있습니다. 또 클라리넷의 멀티포닉스(multiphonics : 다중음 주법 : 특별한 운지와 취구법을 통해 여러 배음이 한번에 음색적으로 섞여나오게 하는 연주법)와 트럼본의 장음으로 어울어진 음색적 조합과 그 후의 슬라이드 글리산도 (트럼본의 슬라이드를 이용한 폭이 넓은 글리산도)의 대비는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역시나 섹션별 구성으로 이루어 진 듯 한데요.. 비슷한 조합을 너무 자주 사용함으로 써 후반부에는 신선함이나 재미가 덜 합니다. 고놈이 고놈!! 클라리넷 연주자가 갑자기 일어나 글라리넷 관을 트럼본 벨에 삽입하여 연주하는 장면은 참 이색적이네요. 참신한 시도이기도 하고요. 그 안에서 클라리넷이 혀굴림을 하기도 하고 둘이 날숨 소리를 관을 통해 주고 받기도 하는데요... 그런 별난 광경을 보며 든 어뚱한 걱정은... 저러면 서로 입냄새 날텐데......ㅎㅎㅎ 입으로 부는 악기라 관에는 침과 여러 노페물이 섞여 연주하다 보면 이런저런 냄새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관악기 연주자들은 관 속을 자주 닦는 것이고요..


부분적으로 주목이 되는 재미있는 음색적 조합들이 많이 있지만 어떤 것은 너무 남용 된 측면도 있어 좀 자제하고 다른 구성들... 심지어 평범한 음색들도 함께 조합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규동 - Fünf Klavierstücke (퓐프 클라비어슈티케 : 다섯 개의 피아노 소품 - 무직자 역)


다양한 성격을 가진 다섯 개의 짧은 곡들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이전의 'Drei Klavierstücke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소품)' 과 마찬가지로 소재의 단순함 또는 대비에서 비롯되는 극명한 명료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마지막 제5곡에서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Pathetique) 중 제 1 악장을 음향 캐리커쳐(klangliche Karikatur)로 재해석해 보았다.


1. Tempo guisto

2. Lento cantando e tranquillo

3. Moderato - Sostenuto e calmo

4. Tempo di rubato

5.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이제 심지어 이탈리아어까지 등장하네요. 4개국어가 짬뽕된 이날의 프로그램과 해설들은 정말 최악입니다. 장담하건데 작곡가 본인도 저 이태리어로 된 지시어(곡의 빠르기나 느낌을 지시)들을 '음악용어사전'을 보며 썼을 것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신 분이 이태리어에 능통할리가 없으니까요. 본인도 사전 없이 쓰지 못할 말들을 관객들에게 해설이랍시고 첨부한 꼴이니 우습군요. 르네상스의 황금기에 이탈리아가 서유럽 문화예술의 중심지였기에 서양음악에서 이태리어를 지시어로 쓰던 관습들이 과거에 있던 것은 사실이나, 근대 이후로는 그러한 관습을 버리고 자국어 또는 작곡자가 활동하고 곡이 주로 연주되는 국가의 언어로 지시어를 표기하는 추세입니다.


예컨대 20세기 독일어권(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주로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Langsam (느리게), Mässig(적당하게)와 같은 빠르기말 뿐 아니라 mit Bogen(활로 연주), am Steg(줄받침/브릿지에 붙여서 연주) mit Dämpfer (약음기를 끼고)와 같이 연주 지시어도 독일어로 표기하였으며 프랑스어권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프랑스어로, 영미권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영어로 소련권은 러시아어로 표기 하였습니다. 문화적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이지요.


그런데 한국과 독일에서 공부를 하였고 유학을 마친뒤로는 주로 한국에서 작품을 연주하는 작곡가가 제목은 독일어로 표기하고 악장의 빠르기말은 이태리어로 표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 까요? 설사(設使) 과거의 관습을 인정하여 이태리어로 표기하였다 치더라도 최소한 '해설'에서는 우리말 번역을 병기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제목도 "다섯 개의 피아노 소품" 이라고 하면 될 것을 독일도 아닌 국내 연주회에서 굳이 독일어로 표기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요.


작곡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연주자가 패달을 남용하여 잔향이 상당히 지저분하게 들립니다. 물론 그런 지저분한 잔향들을 작곡가가 의도하여 구성할 수도 있겠지요.


제 1곡은 저음에서 힘있고 강한 화음 후 고음에서 선적 페시지를 빠르게 훑고 가는 구성은 너무 진부해서 시종일간 재미없다가 또각! 하며 갑작스레 짧고 위트있게 마무리하는게 귀엽고 신선하네요.

2곡은 특별한 음정구조의 하행음렬들을 여러차례 시작점을 바꾸어(이조?) 곡을 구성한 듯 합니다. 3곡을 메모를 못해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4곡은 같은 음형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곡을 구성하므로서 단순함과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은 음을 늘리고 변주하여 확장하는 방식이나 '갑작스런 포르테(Sforznado)'의 활용법은 위의 작곡가의 해설대로 비창과 비슷한 구성이나 화음색이 지저분하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화음적 지저분 함이 현대적 울림으로 생각하여 사용하신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작품으로 부터 구성을 끌어다 와서 울림만 지저분하게 바꾼다고 현대적 재해석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정익 - 명(鳴)VIII - II


장정익의 작품들은 외관상 청자의 시선을 끌 만큼 화려하거나 특별한 작곡기법 보다는 작곡가의 '의식의 흐름'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직감적인 감성에 의해 시작되어진 의식의 흐름이 논리에 의해 다듬어져 제시되어지는 그의 작품들에서 작곡가 장정익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곡은 그의 '명(鳴)'이라는 제목의 작품시리즈 중 하나로 단순한 형식으로 현대음악의 복잡성을 배제한 곡이다. 서양 현대음악의 기법으로 한국의 전통음악을 내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근대적스러운 느낌의 곡인데요.. 상대적으로 바이올린 연주자의 관습적인 비브라토의 울림은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아 거슬렸습니다. 연주자가 곡의 느낌을 파악하지 않고 클래식~낭만 음악의 관습적인 비브라토를 그래로 사용했기 때문이죠.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이 리듬적 유니즌(unison)으로 형성한 음색적 흐름에 첼로가 대위적으로 응답하는 구성이 쉽게 인식이 되고요... 피아노는 그에 반에 특정한 독립적인 배경음형을 만들어 가거나 때때로 다른 파트 즉, 바이올린+클라리넷의 음색조합에 합을 받치거나 흐름을 넘겨 받기도 하네요. 특별히 주목할 만한 특수 주법들은 사용되지 않았으며 주제음렬(?) 또는 주제 음형(?) 같은 특정한 모티브를 만들어 사용한 듯한 구성들이 자주 들리네요. 작곡연도(2009)에 비해 조금 구 시대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총평


고(故) 장정익의 곡(2009년작)을 제외하면 모든 곡이 초연인데요.. 동인의 결성과 함께 연주회 기획이 급하게 준비된 것인지 대부분의 곡들이 급조된 듯한 인상이 강합니다. 오랜시간 충분한 고민과 사색을 통해 작곡되었다기 보다 주어진 시간안에 서둘러 곡이 완성되었다는 느낌들이 강하네요. 이러한 연주회가 작곡가들의 '실적'에는 기록으로 남겠지만 각자가 진지하게 돌아보았을 때 '작가로서의 의미있는 성과'들을 얻었는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하지만 작품 하나 들어 본 것 가지고 작곡가 개인의 전체적 작품 성향과 업적들을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본 연주회에서 제가 서술한 부정적인 점만을 부각해서 해당 작곡가들의 전체 업적을 깎아내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그저 해당 연주회에서 들은 곡들 만 가지고 솔직한 감상평들을 서술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서술한 내용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한 평가들로 다른 누군가에겐 저 작곡가들이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그들의 작품들이 마음에 와닿는 인상깊은 음악일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저의 취향과 주관이 뚜렸하여 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니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관심있으신 각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해보며 느낀 점들을 서로 비평하며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음악계가 그렇게 활발히 비평을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회의감이 들지만요..ㅎㅎ


이것으로 오늘의 감상문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 주시고 아래 공감 버튼 부탁해요^^


- 무직자 (Muzik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