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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비평/창작과 비평

2014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강연 & 연주회 리뷰 1부

by Muzik者 2014. 12. 17.

지난 12월 2일(화)~3일(수) 예술의 전당에서 사단법인 '한국 작곡가 협회'(이하 작협)에서 주최한 "2014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2일)과 IV(3일)의 세미나와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2주일이 지나 오늘에서야 리뷰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일단은 먼저 게시물의 '스크롤 압박'을 최대한 줄이고자 2일 공연인 시리즈 <III>에 대한 리뷰를 먼저 하고 다음 게시물에서 시리즈 <IV>에 대한 이야기를 풀려 합니다. 사실 리뷰를 일주일 전에 상당히 많이 작성을 했었는데 그동안 올리지 않은 이유가 '한국작곡가협회' 공식 유투브 채널(링크)에서 본 행사의 실황 영상을 올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영상들이 올라오면 같이 소개하는 것이 더 좋겠다 판단하여 영상이 게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영상들이 올라와 뒤늦게 리뷰를 다시 고쳐 씁니다.



양일 연주회는 모두 오후 8시에 있었는데요 이에 앞서 오후 6시30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자음악실에서 소개될 작품들에 대한 짧은 공개 강연이 있었습니다. 2일에는 연세대 음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형주 음악학박사(Ph.D)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연주회에 작품이 선정된 작곡가를 물론 본 행사에 관심있는 음악계 인사들과 음악전공 학생들이 다수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강연 리뷰]

지형주 박사의 강연(세미나) 영상입니다.





지형주님의 강연은 "다양함, 그리고 그 속에 공존하는 조화로움" 이라는 타이틀로 현대음악 동향에 대한 요약으로 시작하여 이날 연주 될 일곱 작곡가의 각 작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세미나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한데요.. 자신이 발표할 자료를 그대로 출력해와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연사는 가끔 화면에 띄운 악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채로 그 대본(?)을 읽어만 갔을 뿐이니까요... 아무래도 주어진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고 짧다보니 그리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 상황을 이해는 합니다만요... 아쉬움도 있네요...


사전에 작곡가들로 부터 악보와 음원을 받아 분석하신 것 같았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였고 작가의 의도를 조심스럽게 유추하며 풀어갔습니다. 다만 저의 주의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해력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사께서 타이틀로 삼으신 것에 대해 '공존하는 조화로움'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날 소개된 일곱 작품 모두 공통 된 화두(話頭)나 모토(motto)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서로가 연관되거나 연결될 만한 주제적 접점(接点)이 있던 것도 아닙니다. 각 산하단체에서 추천한 곡들로 개개의 주제를 갖고 있을 뿐 상호간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데 어떠한 취지로 조화로움에 대해 이야기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서로 다른 개성과 주제를 갖는 개체들을 그냥 한곳에 두었다하여 그것을 "조화로움"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움의 추구'와 '소통'이라는 작가들의 공통적 고민만으로 조화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날 연주회에 제가 느낀 단상은 조화로움보다는 각각 주제와 표현들이 그저 각자의 차례대로 나란히 펼쳐질 뿐이었으며 관람자는 그것에 대한 방관자 일 뿐 그것들간의 소통이나 화합을 느끼기엔 98%가 부족하다 생각되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공존하는 조화로움'이라는 것이 각개 작품안에서 한정하여 지칭한 것인지 아니면 이날의 화두(話頭)로써 이야기하신 것인지 혹 지형주 선생께서 본 리뷰를 읽으신다면 댓글로 추가적인 이야기를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또한 현대음악사의 다양한 사조들을 언급하며 지금의 시점을 "다원주의와 다양성을 표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며 포인트를 잡으셨는데, 현대 우리 한국사회나 문화계에서 나타나는 현상만 보면 일면 그렇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역사적 문맥과 문화사적 흐름안에서 본질을 이해하려 든다면 한국사회의 그것은 완전히 다른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인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결과들이기에 드러나는 현상이 비슷하다고 사상적 본질을 같게보는 것은 중대한 오류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쟁은 상당히 긴 토론을 해도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주제인데요... (토론에서 굳이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냐라는 반문들은 일단 제쳐두고) 짧은 강연에서 이 점에대해 논점을 삼아 이야기하기에는 시간 제약도 있고 자칫 연주회의 포커스가 흐려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짧게 문제제기와 질문 하나만 하고 답변에 대한 반박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다음날 행사의 세미나에서 서정은님의 우리 현대음악사에 대한 분석이 이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중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통찰합니다. 그래서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2014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V 강연 & 연주회 리뷰)에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영상에서는 제가 질문하는 장면이 짤렸네요...(작협은 각성하라!!) 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질문은 주제를 벗어날 수 있어 불필요하다 판단할 수 있겠고.. 또 제가 이날 감기땜에 빨고 약을 복용후 피곤한 상태에서 세미나를 참석한 것이라 횡설수설 뻘소리도 좀 했더랬죠... 감기약이 좀 쎄요..ㅎㅎㅎ 그래서 차마 편집으로도 살릴 수 없었나 봐요...ㅠㅠ 영상 편집자님 미안..ㅠㅠ 사실 이 리뷰도 약빨고 쓰고 있음!!



[연주회 리뷰]


연주회는 8시부터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있었습니다. 이 날은 이영지, 송향숙, 님과 함께 남진, 강동규, 고태암, 이경미, 박영희 등 7명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한곡씩 연주되었는데요... 파안(琶案) 박영희님의 곡은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작협'으로 부터 작곡위촉을 받아 초연된 것이며  나머지는 협회의 각 산하단체들로 부터 추천을 받은 작품들입니다. '작협'의 유투브 공식채널에 올라온 실황영상을 같이 포스팅하니 직접 감상하시면서 함께 비평한다는 생각으로 제 리뷰를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제가 올리는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므로 여러분과 관점이나 생각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간혹 좀 엉뚱하기도 하고 삐딱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솔직하게 풀어둔 것 뿐이니 별로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평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고요...



Download (내려받기)

이영지 작곡 (2013년/개작초연) ((사)한국여성작곡가회 추천)

316앙상블(베이스 클라리넷 김욱, 클라리넷 양송이버섯, 첼로 우.미.영!!!)



이 작품은 2013년10월18일에 있었던 (사)한국여성작곡가회 57회 가을 정기연주회에서 316앙상블에 의해 초연되었다. '인간의 의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소통의 오류와 부재로 인한 고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텐데...' 라는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의 정체성은 단순한 정보 패턴이라기보다 몸으로 체현된 복잡한 구성체일 터, 패턴과 임의성의 이분법을 통한 상호작용성과 역동성에 관한 몇가지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작품을 완성하였다. 다소 긴 제목이 붙은 3악장으로 구성되었다.


I. A Sceret Code / II. Listen or download! I don't mind. / III. To Cancel download, Press the ESC key.


고유한 중심음을 가진 음조직과 5음음계, 음색선율, 점묘적인 화성과 선을 통한 색채감, 속도와 박자의 변화를 통한 리듬 조직의 전개, 급격한 다이나믹의 대비, 하모닉의(harmonics), 벤딩톤(bending tone), 글리산도(glissando), 멀티포닉스(multiphonics), 등의 특수주법 등이 이 작품의 음악적 재료로 사용되었다.


위의 색의 글은 작곡자 본인이 작성한 간략한 해설입니다. 연주회 전에 처음 프로그램지(紙)를 보면서 발동한 저의 삐딱한 불만은 외국도 아닌 한국무대에서 왜 굳이 타이틀과 악장의 제목을 영어로 썼는가입니다. 내려받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운로드"라 쓰고, '1악장 비밀코드 / 2악장 개의치 않으니 듣거나 내려받으셈! / 3악장 다운로드를 취소하려거든 ESC를 누르시오' 라고 해도 무방할텐데 굳이 제목을 영문으로 하신 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영문이군요ㅋ 유학파인거 티내시나?! 이날 관객 중 영어 울렁증이 필자만 있는 것도 분명 아닐 거에요.. 간혹 외래어 단어나 문장의 특별한 뉘앙스(nuance)를 포기할 수 없어 외래어 표기를 그대로 타이틀로 채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위곡의 경우는 그래보이지도 않으며.. 만약 그렇다 해도 우리말을 병기했어야 한국무대에서 한국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지 않나 싶군요. 일부 영어를 못 읽는 사람은 당췌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지...  사소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신경쓴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점이죠. 게대가 곡도 이 '소통'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아무튼 각설하고 이 곡에 대한 감상평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이날 감기로 약빤상태 약에 취한 상태였던데다 추운 바깥 날씨와 달리 연주회장안은 난방과 사람들의 열기로 후덥지근해 연주 시작 전부터 상당히 졸립더군요.. 그래서 잠이 오는 가운데 연주자들이 들어오고... 그렇게 필자는 서서히...zZZ...... 잠들려던 순간 잠에서 확! 깼습니다. 그 이유는 졸린 와중에도 슬쩍 무대를 바라보니... 연주자 중에 첼리스트가 확 눈에 띄더라구요...ㅎㅎ-_ㅡ";;; 첼리스트가 미인이심!!! 위 영상에서 가운데 앉아 첼로를 연주하는 분인데... 연예인 같은 미인상이라기 보다는 어릴쩍 짝사랑 했던 첫사랑 썸누나와 매우 닮아서 옛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는터에 음악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습니다.ㅎㅎ 그래서 엉뚱하게도 이때는 첼리스트를 감상하느라 음악감상을 전혀 하질 못해서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첫곡 리뷰 부터 이렇게 병맛으로 가는 건가 했는데 다행이도 작협유투브채널에 이렇게 영상이 올라와 다시 감상할 수 있었네요. 물론 첼리스트도!!! 작협 유투브 관리자님, 졸라 땡큐!


어찌되었든 다시 감상하게 된 이 곡에 대한 제 느낌을 풀자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첼리스트가 아니라 음악이야기하는 거임.) 물론 첼리스트도 내 스타일이지만.. SF스러운 소재와 독특한 상상력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편성이 특이하고 연주법이 다채로워 다양한 음색이 표현되는 음악들을 좋아하는데요.. 이 곡이 그러하네요. 하모닉스나 멀티포닉스(다중음)연주에서 약간의 삑사리가 들리긴 하지만 연주도 제법 훌륭한 편이에요... 특별히 감탄한건 베이스 클라리넷(김욱)의 날렵하면서도 명쾌한 슬랩텅깅(Slap Tonguing)주법의 연주인데요... 정말 완벽해서 혼을 빼놓는군요... 그리고 혼을 빼가는 첼리스트@_@


현대의 많은 작곡가들이 새로운 음향구현에 대한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어 특수주법들을 대책없이 남용하는 경우가 있고 그 결과 곡이 난잡스러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영지님의 이 곡도 매우 다양한 특수주법이 발견되고 또 톡특한 음향들이 주 재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남용이라는 느낌보다 매우 효과적으로 잘 어울어 졌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주목할 만한 여류 작곡가를 또 한명 발견하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왜 그때는 썸녀 첼리스트 잠에 취해 이 곡을 제대로 듣지 못했나 싶군요. 유투브 덕에 다시 듣게되어 다행입니다. 다시한번 유투브 관리자님 졸라 땡큐!


별점. ★★★★☆ (4.5)



버들은 실이 되고

송향숙 작곡 (2012년) (수원음악학회 추천)

소프라노 김은경, 피아노 문봉준




여창가곡 "버들은 실이 되고"를 모티브 삼아 작업한 곡이다. 본래 가곡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특성 즉, 길게 늘이는 호흡과 유연한 발음, 그리고 자음과 모음의 변화와 함께 다채롭게 변하는 인성의 음색을 재구성하여 피아노의 선적인 움직임과 함께 얽혀서 흘러가는 텍스처로 작곡하였다.


필자도 과거 한국 전통 가곡으로 부터 얻은 착상을 바탕으로 작곡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처음 연주회 전에 프로그램지(紙)의 위 해설을 읽었을 때 이곡에 대해 많은 호기심과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를 듣고난 후에 제가 받은 인상은 당연하지만서도 역시나 아무리 비슷한 모티브나 착상이라 해도 작가에 따라 극명히 다른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네요. 기대를 많이 하고 들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극명히 다른 관점과 입장을 캐치할 수 밖에 없어서, 듣는 내내 생각이 많아지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네요.


일단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판단하길 작곡자의 의도대로 여창가곡 처럼 발음의 변화와 함께 다채롭게 변화하는 인성의 음색을 재구성하기에는 전통 벨칸토 성악가와 피아노의 조합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위의 곡에서 성악가의 음색적 변화는 잘 캐치하기 어렵네요. 여창가곡이 발성법을 바꾸어 콧소리 비음과 탁성 그리고 청성을 오가며 적어도 3가지의 특징적 음색을 들려주는 것과 비교하자면 작곡자는 대체 어디서 인성의 음색을 재구성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전문 성악가 보단 일반 가수나 연주자 또는 배우를 써서 발성법과 발음법을 다채롭게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군요.


반주에서도 음색적 재구성과 함께 선적인 움직임을 원했다면 피아노의 트릴을 남용하기 보단 차라리 다른 악기를 택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예컨데 첼로라면(그리고 연주는 우미영님이...-_ㅡ":;) 다양한 보잉으로 같은 음이지만 다른 색채를 표현할 수 있고 그밖에 선적인 움직임에서도 글리산도나 보잉의 변화 등으로 훨신 유려히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피아노가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전 이 곡에서 피아노가 장점으로 어울어졌다고 생각되지 않네요. 그리고 맨위 세미나에서 지형주님의 해석에 따르자면 이 피아노의 트릴이 새소리를 표현한 것이라는데, 이 또한 너무 관용적인 표현법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송향숙님이 제 취향이나 관점에 충실히 곡을 쓰실 이유는 없겠죠. 다만 저 또한 비평가 이전에 작가로서 비슷한 호기심과 착상을 가졌던 모티브에 대해 그 결과물이 갖고 있는 간극이 너무 크다보니 관점이 다른 걸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별점. ★★☆ (2.5)



야생사과

남진 (2012년) (주창회 추천)

김정열 기타합주단 (기타1. 김정열, 장동훈 / 2. 김종경, 박현지 / 3. 이하늘, 강다인 / 4. 강다모, 오병국)



나희덕 시인은 그의 시집 <야생사과>의 시작노트에서 낯선 대륙에서 처음으로 야생사과를 맛 본 후의 느낌을 '야생의 열매를 쪼는 새들처럼 어눌한 듯 자유로웠다'고 표현하였다. '익숙한 삶과 언어를 떠나 이방인이 되어보는 경험은 영혼의 입자를 새롭게 만들어 다른 삶으로 스며들게 해주었다'고......나도......시인처럼 시큼하고 떫은 야생사과를 베어 물어보고 싶었다! 시인처럼 '봄 그늘에 앉아 또 다른 나를 기다리면서......'

총 4개의 짧은 악장들로 구성하였고, 1악장에서는 해가 저물어가는 이국에서의 정취를 화성적인 색채 변화로, 2악장에서는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 때의 소리와, 시인이 개미들을 욽어내고 한 입 베어 무는 소리를 형상화했고, 3악장에서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사과의 달고 시고 쓴 맛을 기타의 두 줄을 꼰 상태에서 나는 챙챙거리는 소리로, 4악장에서는 들녁의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자유로움을 담아보았다.


트로트 가수 아님!! 작곡가 남진 님의 이력을 보니 과거에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매우 문학적인 착상에서 출발한 사색들을 음악으로 담아낸 듯 하네요. 앞서 세미나를 듣고 프로필을 보고 난 후의 어떠한 편견이 작용한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음악적 감상 과정에서도 문학적 문맥들을 쫓아가게 되는 것 같네요.


시작 부분에서 서정적인 화성적 진행에 기타의 줄감개 부분을 연주되는 불특정 음정들을 대비한 것이 이국의 정취를 표현한 듯 한데... 처음에는 이 '불안한' 대비가 마치 연주가 "틀린"것 처럼 인식되어서 그리 효율적인 표현방법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차라리 작가가 방문했던 이국의 음악 중 한 부분을 차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악장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장면이 상상될 만큼 명료하고 분명하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표제음악적으로 생각한다면 장면묘사가 잘 되었다 생각할 수 도 있지만, 8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사운드 치고 전체적으로 심심합니다.


3악장은 두 줄을 교차하여 꼰 상태에서 챙챙거리는 소리를 주로 썼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스네어 드럼(Snare Drum)' 또는 '스네어 효과(Snare Effect)'라고 합니다. 마치 북에 스네어를 달아 스네어 드럼이 특유의 드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듯이 두 줄을 꼬아 스네어 효과를 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죠. 기타 레파토리에서 이 주법이 쓰인 대표적인 곡은 Nikita Koshikin의 <Prince's Toys Suite>(링크-2분28초부터) 입니다. 매우 재미있는 연주법으로 클래식 기타에서는 20세기에 들어 활용되기 시작한 주법인데 예전에 중국인 동료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미 중국의 비파연주에서 흔히 쓰이던 주법이라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주법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어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사과'의 맛으로 여기기엔 너무나 익숙한 소리입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말이지요... 그리고 중간에 민요에서 차용한 듯한 멜로디도 나와서 재미는 있지만 익숙하게 먹던 과일을 먹는 느낌이었지 야생 과일의 느낌은 아니었어요.


4악장도 어떠한 문학적 장면은 충분히 연상은 되는데 2악장과 마찮가지로 8개의 기타로 내는 사운드 치고 심심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미나에서 지형주님의 해설에 따르면 곡이 아마츄어 기타리스트들을 염두하고 씌여진 것이라 난이도 면에서 고려된 것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 했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쉽네요. 그렇지만 남진이 부릅니다 '미워도 다시한번' 듣고 싶은 곡이네요


별점. ★★ (2.5)



[1부 총평]

이번 연주회에 1부를 현장에서 감상하면서 가장 감명깊게 느꼈던건 첼리스트 우미영씨로 인해 떠오은 첫사링의 추억이 강력했다라는 것이고..;;;; 후에 유투브 영상으로 감상하면서는 '이영지'라는 작곡가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상으로 스크롤 압박 방지를 위해 "2014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에대한 리뷰 1부를 마쳐야 겠습니다. 나머지 곡에 대한 리뷰는 다음 포스팅인 2부에서 마저 할께요. 사실 연주회 프로그램상 그 다음 곡인 강동규님의 <엔탈피>까지가 1부순서 인데, 제 블로그 리뷰에서는 강연리뷰까지 더해졌기에 편의상 리뷰를 4:4 (강연리뷰+3곡 리뷰: 4곡 리뷰)로 맞추기 위해 여기서 나누어야 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작곡제전 III 리뷰 2부에 이어 작곡제전 IV 리뷰, 그리고 TIMF 앙상블 한국작곡가의 밤 리뷰가 이어집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 주세요.



- 무직자(Muzik者)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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