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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비평/창작과 비평

TIMF앙상블 한국작곡가의 밤 2011 (연주회 비평)

by Muzik者 2011. 12. 24.


지난 금요일(2011년12월16일) 오후 7시30분에 일신홀에서 있었던 음악회 "TIMF앙상블 - 한국작곡가의 밤"을 관람했습니다. 이날 소개되신 작곡가님들 중 한분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모처럼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설레는 맘으로 갔습니다.

이날 연주회를 주최한 TIMF 앙상블(Ensemble TIMF)은 2001년에 창단하여 이제 막 10년이 된 실내악 앙상블인데요, 창단 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해외 현대 작곡가들의 많은 작품들을 초연하였고,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국내외 음악제에서 연주하는 등 한국 음악계에 많은 공헌을 한,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입니다. 오늘날 작곡가들이 써 내는 많은 음악들은 곡 해석이 난해해 대부분의 앙상블이나 연주자들이 연주를 꺼려하지만, 이날 연주회에서 TIMF 앙상블이 들려준 연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것으로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답더군요.

이 날 작품이 연주 된 작곡가는 세 분 인데요, 바로 김성근, 김무섭, 유도원 작곡가 님 입니다.
세 분 모두 독일 유학파 이시더 군요. 세 분의 자세한 이력과 연주회 프로그램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연주회는 중간휴식 없이 각 작곡가님 마다 2곡 씩, 총 6곡이 연주되었고요, 연주회 후에는 "작곡가들과의 대화" 가 마련되어 그분들의 음악에 대해 간단히 질문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이날 연주회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이날 소개된 작곡가 세 분은 각자의 성향이나 개성이 모두 뚜렷히 달랐습니다. 작곡가마다 작품 성향이나 추구하는 바가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날의 작곡가들 사이에서는 보통 이상의 확연한 색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성근 작곡가님은 음악의 구조적, 형식적 짜임새를 기술적으로 잘 구축한다는 느낌이었고요.
김무섭 작곡가님은 느리고 조용한 분위기로 내면의 깊은 호흡를 형상화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도원 작곡가님은 악기편성이나 악기 활용법(Instrumentation) 부터가 남 다르더군요.

그럼 이날 연주된 각 작곡가와 작품들에 대해 느낌점을 끄적여 볼께요. 연주순서가 아닌 작곡가 별로 씁니다.

[작곡가 김성근]
현악3중주를 위한 6개의 바가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편성된 전통적인 현악3중주 편성입니다.
바가텔(Bagatelle)은 '쓸모 없는 것' 또는 '가벼운 것'이란 뜻인데, 보통은 두세도막 형식의 짧은 소곡이예요.
그래서 이날의 바가텔도 연주 시간이 6개 모두 합쳐 약 15분 정도 된 짧은 소곡들이었습니다.
안내지에 나온 작품설명을 보면 특별한 설명은 없고 각 악장의 템포만 표시했습니다. 음악에 대한 설명보단 언제 어디의 위촉으로 작곡하여 언제 초연되었다는, 관객에게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부수적인 정보만 적혀있네요. 특기할 것은 각 악장의 명시된 템포인데,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I. ♪.= ca.136 feroce[각주:1], con energia[각주:2], agitato[각주:3]
                  aber genau im Takt[각주:4]
II. ♩.= ca. 34 - ♩.= ca.26 - ♩.= ca.56 - ♩.= ca.26
III. ♩.= ca. 84  lamentoso[각주:5]
IV. ♩= ca. 40 con sprito[각주:6]
V. ♪ = ca. 140 arioso[각주:7], comodo[각주:8], - con anima[각주:9]
Vl. ♩.= ca. 104 rapido[각주:10]


지시어는 우리 말로 써도 될 걸 왜 굳이 이태리어로 썼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간엔 갑자기 웬 독일어?! 사실 서양 음악에서 과거에는 빠르기 말이나 제시어 같은 음악용어를 이태리어 단어에서 차용해와 썻지만, 후기낭만 이후로는 독일 작곡가들도 Langsam(느리게) Innig(진지하게) 같은 자국어인 독일어로 표기해 왔거든요. 아무튼 이런 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고요...

제가 이 템포 표기에 흥미를 느낀 부분은 바로 음표 단위 입니다. 위에 템포를 보시면 5악장을 제외하고 모두 음표에 붓점이 찍혀있지요? 박이 3분박(ternario: 필자도 이태리어 좀 써봤음ㅋㅋ)구조임을 의미합니다.
작곡가들과의 대화 시간에 작곡자가 설명하기를, 옛 바가텔이 과거의 전통 춤과 연관된 것이 많은데 자신은 오늘날의 춤들을 염두하여 곡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춤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오늘날의 어떤 춤을 염두하고 그러한 구조의 음악을 작곡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그리고 또 연주된 곡들에서는 분명한 분박단위가 잘 인지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현대음악이 고정박 및 강박일치를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형식을 바탕으로 적절히 가미된 화련한 기교들과 함께 긴장을 형성하는 전결구도 등이 매끄럽게 잘 흘러가지만, 짧은 곡 들의 모음이기에 각 악장은 제법 관습적인(conventional) 구조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바가텔이니까 대단히 힘을 들이기 보단 작은 형식으로 가볍게 부담없이 쓴 곡이라 그런가 봅니다...

현악4중주 제2번
역시 김성근님의 곡으로 이날 연주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곡 입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첫 번째 현악4중주가 단 악장임에 반하여, 이 두 번째 현악4중주는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악장에서 3악장은 휴지 없이 이어진다 - attaca.)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새로운 한 세기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다. 21이란 숫자는 이 곡 전체를 통하여 음정, 음가, 등 음악의 중심이 된다 (1-1-2-3-5-8-13-21-34-55-89). 2000년 21세기악회 작곡콩쿠르 일반부문 대상 및 청중상 수상 곡이다.

소개글의 마지막 문장은 불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감상에 맡길 일이지 수상경력으로 권위를 내세울 필요는 없겠지요. 이 곡 역시 위의 현악 3중주를 위한 '6개의 바가텔' 처럼 형식적으로 매우 잘 설계된 곡 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관습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 아쉽습니다. 특히 마지막 4악장은 너무도 진부한 전통적 형태의 음악이었어요. 첼로가 살탄도(saltando)[각주:11] 나 피치카토(pizzicato)[각주:12]로 오스티나토(ostinato)[각주:13]를 연주하고, 나머지 악기(바이올린1,2, 비올라)가 거기에 대위적으로 대답하거나, 오스티나토를 넘겨받는 교차적 구성은 너무도 전통적인 형태라서 뭔가 새롭거나 신선한 충격 같은 것을 기대한 필자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감상평이자 사적인 견해일 뿐이고, 이러한 전통적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들은, 현대음악 감상을 어려워 하시는 일반 관객들에겐 친숙함을 줄 수 도 있습니다.

'작곡가들과의 대화'에서는 위 설명글에 나온 '피보나치 수열'[각주:14]이 조금 논란이었는데요. 이 수열을 어떻게 활용해 음정, 음가 등을 정했는지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작곡가는 저 숫자들 중 21이 중심 숫자로서 21번 배음[각주:15]을 중요하게 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음이 무슨 음 이냐고 누군가 질문했고, 작곡자는 10년 전에 쓴 곡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그러면 C를 기준으로 했을 때 21배음이 뭐냐'고 물었고 작곡가는 그 또한 기억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저도 16배음까지만 알고 있어서 21번째 배음이 뭘까 궁금하더군요. 그리고 그 21배음의 정체는 별개로, 평균율이나 순정율[각주:16]과는 전혀 다른 음정구조를 갖는 배음들을 현악기로 정확히 연주하려면, 조율을 달리하거나 하모닉스만으로 연주를 하든 해야하는데, 연주된 곡은 그런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피보나치 수열에 대해서는 저도 궁금증이 많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시간 관계상 자세히 묻기도 어려웠고 작곡가도 정확히 기억 못 한다고 해 다음 작곡가로 순서가 넘어갔습니다.


[작곡가 김무섭]
김무섭 작곡가의 작품은 두 작품 모두가 느리면서 매우 극단적으로 조용합니다. 취향에 따라서 어떤 청중들은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도 있는 그러한 성격의 음악입니다.

4인의 연주자를 위한 '각인'
클라리넷,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편성된, 일명 '메시앙 4중주'[각주:17] 편성이네요. 몇가지 음 재료들이 느리면서 작은 소리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계속 비슷 비슷하게 들리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 보면 앞 부분과 뒷 부분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반복을 하면서 서서히 조금씩 구조를 바꾸고, 또한 갑자기 구조를 바꾼다 해도 여전히 조용하고 느리기 때문에 그 변화의 순간이 크게 주목을 끌지 않죠. 이렇게 김무섭님의 음악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우 차분하면서도, 깊은 내면으로 부터의 어떠한 울림이 있습니다. 인도 라가 음악의 드론[각주:18]을 연상케 하는 배경 만을 그린 음악같다는 느낌입니다. 즉 배경을 바탕으로 다른 무언가를 중심으로 끌어내지 않는, 바탕위에 다른 무엇이 없는 바탕만 그려 놓은 그림이나, 조용한 산사에서 바라본 하늘의 풍경만 그려낸 느낌 같다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그러한 배경이나 풍경이 무의식적으로 각인 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제목처럼 김무섭 작곡가님은 이날 연주회에서 필자에게 크게 각인된 작곡가입니다. 프로그램에 쓰여진 이 곡에 대한 작곡가 본인의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의 전통은 각성의 요구를 거쳐 현대라는 시간 속으로 정착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시대 정신에 의해 개념화 되어 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그 전통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벗어나 소리현상 그 자체를 관망 할 수는 없을까...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활"

  "


                                                                                                                                      "

"활"에 대한 소개는 실제로 프로그램에 저렇게 따옴표만 있고 빈 공간으로 비워져 있었습니다. 이곡의 도입부분과 마침 부분에서 연주자들이 매우 극단적으로 작은 소리로 뭐라고 읇조리는데, '작곡가들과의 대화' 시간에 TIMF 앙상블의 음악감독이자 대화의 사회자였던 최우정님이 혹시 그 읇조림이 저 따옴표 사이에 들어가는 말이냐고 질문을 하셨는데. 작곡가님이 그런 건 아니고 단지 도입부는 하이데거[각주:19]의 글에서, 마지막 부분은 이상[각주:20]오감도[각주:21] 중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저 빈 공간을 보고 떠올랐던게 철학가이자 미술가인 이우환[각주:22]님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빈공간이 작곡가가 관객을 위해 비워둔 생각의 영역이 아닌가 하고 추측 했었죠.

도입부에서 연주자들이 극단적인 작은소리로 독일어로 조용히 읇조립니다. 역시 드론을 연상케하는 악기의 매우 극단적인 작은소리가 지속음으로 배경을 형성한체, 피치카토, 스타카토와 매우 냉소적인 짧은 글리산도의 주법이 중간 중간에 교차하며 지나 갑니다. 중반부에 탭, 살탄도, 짧은 글리산도 등을 섞어 세 악기가 같은 리듬을 경쾌하게 타며 엄숙한 분위기를 살짝 비틀고, 이내 술 타스타토와 하모닉스 글리산도 주법으로 다시 매우 조용해지며 중간에 앞의 경쾌함을 간간히 가미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도입부 처럼 연주자들이 다시 매우 극단적인 작은 소리로 읇조리며 곡이 마침니다.

김무섭님의 곡들은 매우 느리고 극단적으로 작은 소리를 추구하는데 현악기 연주자가 이러한 곡을 연주하려면 활을 매우 정교하게 마찰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매우 작지만 깊은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작곡가들과의 대화'에서 최우정 음악감독님이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작은 소리를 즐겨쓰냐고 물으셨는데, 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 그렇게 썼다고 합니다. 김무섭 작곡가님의 주장에 따르면 활을 일정한 느린 속도로 그어 내는 작은 소리의 특정한 진동수는 그 소리가 매우 멀리 간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 에밀레종에 관한 다큐에서 실험을 통해 64hz가 가장 멀리간다는 건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서 조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이러한 진동수나 주파수 현상에 대해 직접 실험해 보거나 심도있게 연구해 본적이 없어서 사실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느린 템포에 대해서 설명하길 템포 46(♩=46)이란 수치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시면서, 이것은 자신의 호흡의 템포이며 이 템포 안에 자신의 모든 소리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김무섭님의 깊은 내면의 호흡은 그의  음악을 감명있게 들으신 분이라면 다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곡가 유도원]
바이올린, 호른, 하프를 위한 '님프'
편성이 워낙 독특해서 개인적으로 이날 연주회에서 가장 기대를 하고 들었던 작품입니다. 이런 편성은 처음 봤는데요, 각각의 악기의 음색이 어떻게 섞일까 흥미롭게 지켜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작곡가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자연계에는 여러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이것들을 님프라고 하였다. 님프들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여러 형태로 묘사가 되는데 이름있는 산이나 강에는 고유의 님프를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 호른, 하프를 위한 "님프" 는 작곡가의 음악적 언어로 신화 속의 님프들의 심상을 해석하여 만든 표제음악이다.

독특한 편성 못지 않게 다양하고 독특한 주법들도 많이 사용하였는데, 특히 하프의 경우 현을의 한손으로 막고서(mute) 튕겨 둔탁한 튕김의 소리를 내거나, 현을 손톱으로 결을 따라 긁으며 금속성 소음을 내는 등 다양한 연주법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도입부에서 하프의 툰탁한 mute된 튕김과, 호른의 관을 통해 내는 거친 날숨소리, 그리고 바이올리의 거친 활내림 소리의 조합은 독특한 '소음의 조화'라고 할까요. 아무튼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건 호른이 다른 두 악기에 비해 연주법이 다양하지 않고 너무 전통적인 역할, 특히 화음을 받치는 역할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작곡가들과의 대화 시간에 필자가 질문을 했지요. 다른 두 악기에 비해 연주방식을 다채롭게 활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호른을 택했는지 물었는데요, 소리 때문에 그랬답니다. 하프와의 조화를 생각하면 플룻이나 오보에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전반적인 음역대도 그렇고 중후하면서도 따뜻한 소리가 필요해 호른을 썼다고 합니다. 필자의 생각에도 이 작품에서 혼이 맡은 소리의 역할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소리 때문에 호른을 썼다는 유도원 작곡가님의 의도는 십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만약! 필자가 저런 형태의 독특한 편성과 다채로운 연주법으로 소리를 합성하는 음악을 만든다면, 저는 바순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맹맹한 소리를 내면서도 저음에서는 매우 풍부하고 중후하며 고음에서도 깔끔한 선율을 소화할 수도 있어 바이올린, 하프와 소리를 합성하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다, 호른보다 좀 더 화려하고 다양한 연주 기교가 가능할 테니까요. 물론 제 주관적인 관점에서요!!
아무튼 독특한 편성만큼이나 매우 재미있는 음악이었습니다.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병치'
프로그램에 소개된 작곡가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곡의 시작 부분에서 병치된 폴리포닉[각주:23]한 요소와 선적인 요소들의 대조와 융합을 통해 곡 전체가 발전해 나간다.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 곡의 첫 번째 섹션에서는 선적인 움직임이 중심음들 주변에 발생하며 폴리포닉한 요소들은 이들안에서 발전해 나간다. 첫 번째 섹션에서 수평적으로 병치[각주:24]되었던 두 요소들은 두 번째 섹션에서는 클라리넷과 비올라의 선적인 요소와 피아노의 폴리포닉한 요소들이 악기별로 병치되어 발전해가며 두 번째 섹션 후반부에서 클러스터[각주:25]를 이루며 이 곡의 클라이맥스를 구성한다. 마지막 섹션은 처 번째 섹션의 부분 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도 대학원까지 공부한 사람이지만 '병치'의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 봤네요..ㅎㅎ 만약 필자와 같은 음악전공자가 아닌 일반 관객이 위의 설명을 읽는 다면, 마치 미지의 안드로메다를 관광하고 오는 느낌일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 헤롱헤롱@_@ 이게 대체 무슨 말인고?" 하면서요..ㅋ  설명이 너무 어렵네요..ㅎㅎ

이 곡 역시 편성이 독특합니다. 클라리넷과 피아노 사이에 현악기를 조합하는 편성에서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택하는 악기는 보통 바이올린이나 첼로 입니다. 그 이유는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연주 음역이 상당히 비슷해 '섞는 소리'를 만들기 용이하고, 첼로는 클라리넷 보다 아래 음역을 담당하고 있어 화음을 만들기 유리하고 또 연주가능한 음역이 넓어 클라리넷과도 중복는 영역이 제법 있어서 '섞는 소리'도 구성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특히 첼로를 가장 많이 선호합니다. 그런데 유도원 작곡가님은 비올라를 사용하셨는데, 이 분은 흔치 않은 편성을 즐겨 사용하시나 봐요.

이 작품 역시 매우 다양한 주법을 사용하며 다채로운 소리 조화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며, 다이나믹(셈여림)의 변화 또한 그 폭이 넓고(fff ↔ ppp) 명확해서 매우 긴장감 있게 다가 옵니다.
피아노가 중간음역에서 특정형태의 리듬으로 오스티나토 후 대위적 구조로 변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피아노가 곡의 뼈대를 받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유도원 작곡가님은 확실히 주법활용이나 악기활용법(Instrumentation)에서 강점을 갖는 작곡가 같습니다.


이상 "TIMF 앙상블, 한국작곡가의 밤" 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무직자(Muzik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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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태리어) 난폭하게 [본문으로]
  2. (이태리어) 힘차게 [본문으로]
  3. (이태리어) 흥분한 [본문으로]
  4. (독일어) 그러나 정박으로 (이태리어 쓰다가 갑자기 웬 독일어??-_ㅡ" ) [본문으로]
  5. (이태리어) 슬픈 듯이 [본문으로]
  6. (이태리어) 정성 들여(with spirit) [본문으로]
  7. (이태리어) 성악에서 레치타티보(낭송창)의 선율적 부분. 기악의 경우 칸타빌레(cantabile : 노래하듯이)와 비슷한 의미. [본문으로]
  8. (이태리어) 편하게 또는 알맞은 빠르기로 연주하라는 말. [본문으로]
  9. (이태리어) 혼을 들여(with soul) [본문으로]
  10. (이태리어) 급히, 빠르게. rapidamente가 더 나을 . [본문으로]
  11. 활을 현악기에 장력을 활용해 춤추듯 튕기며 켜는 연주법. [본문으로]
  12. 바이올릭 족 같은 현악기의 현을 활이 아닌 손가락으로 튕기는 주법. [본문으로]
  13. 어떤 동일한/비슷한 음형이나 패턴을 악절 전체에서 동일한 성부/악기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 [본문으로]
  14.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 1170년 경 - 1250년)의 수열. 0부터 시작해 다음 수는 바로 앞의 수를 더해 나열하는 방식으로 0+1=1, 1+2=3, 2+3=5, 3+5=8 .... 이것을 나열하면, 0-1-2-3-5-8-13-21~ 등이 됨. [본문으로]
  15. 각주로 달기엔 애매해서 링크걸어요. [본문으로]
  16. 평균율과 순정율 역시 각주로 설명하기엔 애매해 링크 겁니다. [본문으로]
  17.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버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의 대표작인 '시간의 끝을 위한 사중주' 가 바로 이 편성임. [본문으로]
  18. Drone. 다음성(多音性)의 일종으로 주로 저음을 지속시켜 다른 성부를 받쳐주는 배경음. [본문으로]
  19. Martin Heidegger(1889-1976).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본문으로]
  20. 한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본명은 김해경(1910. 9. 14 서울~ 1937. 4. 17 도쿄) [본문으로]
  21. 각주로 달기 애매해 링크겁니다. [본문으로]
  22. 철학가, 미술가. 일본의 미술사조인 모노파의 창시자. [본문으로]
  23. polyphonic. 다성(多聲)음악적인. 각 성부가 독립된 선율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성부의 멜로디와 화음이 어울어 지는 것. 한 성부가 주된 선율을 담당하고 나머지 성부가 화음을 보조해주는 호모포닉(homophonic. 화성적)과는 다른 개념. [본문으로]
  24. 倂置 또는 竝置. 두 가지 이상의 것을 같은 장소에 나란히 놓거나 동시에 설치함. [본문으로]
  25. Cluster. 여러 음들이 작은 음정(음의 간격)단위로 한번에 뭉뚱그려진 음향.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