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과 비평/창작과 비평

TIMF앙상블 C-LAB, 최지연 작곡작품 연주회 리뷰

by Muzik者 2015. 4. 10.

그동안 이런 저런 개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하지 못했네요... (그간 하던 FM의 남은 시즌을 끝내야 했기에...)

그래서 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Ensemble, 이하 팀프(TIMF) 앙상블)의 지난 공연들을 수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리뷰하게 되네요. 그동안 정말 많은 공연들을 감상했고 그것들을 메모해 두었는데요.. 앞으로 요 며칠간 차례대로 리뷰들을 올릴께요... 그간 많이 밀렸네요..ㅎㅎㅎ


먼저 아르코(ARKO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작교 프로젝트로 마련된 팀프(TIMF) 앙상블의 연주회 인데요. 이 "오작교" 프로젝트란 "오케스트라-작곡가-교류사업"의 약자로 작곡가와 전문 연주단체를 연결하여 역량있는 작곡가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팀프(TIMF) 앙상블 블로그 캡처 이미


팀프(TIMF) 앙상블이 이 프로젝트와 연계해 'C-LAB' 시리즈를 하는데요 올해는 작곡가 최지연님과 나실인님의 작품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C-LAB이 뭔고 하니... 팀프 앙상블의 블로그(링크)에 나와있는 설명에 따르면... 

"Creativity, Composing, Contemporary, Cultur... Laboratory"

의 약자라는 군요. 즉,'창조성, 작곡, 동시대, 문화... 연구소" 정도?! 이게 뭔 소린지... -_ㅡ"



무분별한 영어 사용에 대해 울렁증이 심한 필자는 자칫 글자를 뒤집어 C-BAL 이라 읽을 뻔 했네요.ㅎㅎ 정말이지 저런 이상한 표어들은 되도록이면 안 만들었으면 해요. 마치 일본 만화 오타쿠들이 '닝겐노' 어쩌구 하고 "세카이와 다이 카이조구 지다이" 저쩌구 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 이제 그만 야메로!!

아무래도 영어가 좀 있어 보여서 그러시나본데... Do you know 나랏말싸미 미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아니할쎼?! 솔직히 팀프의 "씨랩" 보다 아르코의 "오작교"라는 작명이 훨신 더 멋지네요. 씨랩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어감도 이상하니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C-BAL은 재미라도 있다지만... 저는 처음 C-LAB을 보고 안랩(Ahn-Lab)같은 새로나온 컴퓨터(Computer) 바이러스 백신연구소인가 했어요.


어찌되었든간에 한참 지난 연주회이지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팀프 앙상블의 C-LAB은 강의가 연동된 연주회 (Lecture Concert) 프로그램으로 1월에 팀프앙상블 작곡아카데미에서 작곡가 최지연님의 전자음악강의와 나실인님의 음악극 강의가 신청자를 대상으로 5주간 있었다고 하네요. 먼저 1월 말에 있었던 최지연 님의 연주회부터 리뷰하고 나실인 님의 연주회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최지연 - The Art of High Sensitivity

(2015.01.27. 화. 오후7:30)



연주회 포스터!! 컴퓨터 백신광고 아님!!


이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고래가 날고 있더군요. 난다 고래?! 이게 대체 무슨 광고인지 당황했었어요. 포스터를 디자인한 사람은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본 받아서 나름 미니멀리즘(Minimalism)적인 디자인으로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 보고자 한 듯하지만 되려 역효과가 난게 아닌가 싶네요.. 별로 멋지거나 세련되어 보이지도 않고 뭐하는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포스터 때문인가 실제로 연주회 때에 관객이 너무 적어서 안.습. & 지.못.미!!! 팀프노 콘체르토와 오레가 마모르!!


충.공.깽(링크) 스런 포스터도 그렇지만 그놈의 영어 타이틀!! 그냥 '감수성 깊은 예술'(필자의 의역임) 이라 하면 될 것을 저 같은 영어울렁증 있거나 영어 잘 모르는 사람은 오지 말라는 포스터 같네요. 음악회의 포스터나 프로그램 안내 책자의 저런 고질적인 외국어 남용은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싶어요. ABC도 잘 못 읽는 제 어머니 같은 분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있으니... 참고로 제 어머니와 연주회를 볼 때면 프로그램에 외국어로 표기된 작곡가 이름 읽어 주랴, 제목 읽어주고 번역해주랴 솔찬히 귀찮아요. 


작곡가 최지연님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후 프랑스 유학을하여 기악음악 작곡과 컴퓨터 음악 (전자음악) 작곡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파리에 있는 국제적인 명성의 전자음악 및 음향 연구기관인 IRCAM (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 / Musicale)에서도 초청작곡가로 연구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작품들은, 수학적이며 과학적인 아이디어 뿐 아니라 미술, 철학, 문학 등 다른 순수 예술 장르는 물론 현상학적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부터 영감을 얻으며, 순수 기악에서 전자음악, 멀티미디어 등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음악적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그럼 작품별로 짤막히 코멘트 해볼께요. 워낙 시일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한번 들어본 걸 선명히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연주회를 감상하며 메모해 둔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바를 쓰고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전의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에 실린 작곡가의 작품해설은 황갈색으로 구분하여 표시할께요.


JEUX DE CUBE (2007)

pour flûte/piccolo, clarinette basse, violon et violoncello

(플룻/피콜로,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의 편성) (필자 역)


옛날 한 때 당시 세 살 박이 딸과 주사위 놀이를 하며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며 받은 영감에 의한 작품이다.

주사위 놀이에서 비롯된 단순한 교대방식의 게임규칙과, 어린 딸의 산만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승리에 대한 염원으로 집중된 긴장감, 그리고 엄마로서 티 내지 않고 딸의 승리를 위한 패배를 내심 고대하는 감정의 변화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일본의 The Next Mushroom Promotion 앙상블에 의해 초연되었다.


-_ㅡ" 작곡가님과 팀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빠리 바게트' 매장이 전국에 많이 있어서 한국사람들 누구나가 프랑스어 정도는 쉽게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프랑스어로 제목을 표기하고 있네요. 하지만 필자는 저 제목을 읽은 줄 몰라서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제목도 모르고 음악을 감상했어요. 저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한글발음" 정도는 괄호로 병기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하고 나서야 제목을 '쥬 드 큐브'라고 읽으면 된다는 걸 알았네요.


그런데 작곡가의 설명과 달리 네이버 프랑스어 사전에서 주사위 놀이는 jeu(x) de dés라고 나오네요! 프랑스어로 dé가 주사위 라고 나와요. Cube 는 '입방체(정육면체)', '쌓기하는 나무조각'이라는 뜻으로 나오고요!! 구글번역으로 돌려봐도 쥬 드 큐브 (Jeux de Cube)는 게임큐브로 번역되는데 큐브는 주사위가 아니고 우리가 흔히 아는 큐브인 것 같아요. 구글에서 "Cube'로 이미지 검색(링크) 해봐도 그렇고요...... 반면에 dé를 검색 해보면(링크) 주사위가 나오네요. 아무래도 작곡가님이 착각해서 제목을 잘못 쓰신게 아닌가도 싶어요! 그냥 "주사위 놀이"라고 우리말로 제목을 표기하시지...... 괜시리 프랑스어 때문에 애꿎은 관객만 제목도 모른체 음악을 듣게 되고 정작 필자 같은 사람은 관심과 열의로 제목을 조사해 보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싶어요.


한국에서의 연주회인데 한글제목으로 표기 하면 될 것을 굳이 외국어로 표기하는 것이 참 못 마땅합니다. 다만, 가끔 번역된 말로는 대체 할 수 없는 원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어감이나 '뉘앙스(nuance)'가 있기에 그것을 포기할 수 없을 때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그러나 그 원어를 읽을 수 있게 우리말 발음을 병기하고 추가적으로 제목이 뜻하는 바를 작품해설에서 밝여두어야 하지요. 연주회 끝나고 사람들이 감상평을 나누는데.. 들어보니 서로가 <"오늘 뭐가 제일 좋았나요?"> <"첫번째 곡 그거 있잖아..'제욱스' 머시기! 그게 재미있던데?!"> <"무슨 큐브인가 뭔가 하는 거 말이에요?"> 하며 대략 이러고 있더이다....


최지연 작곡가님이야 프랑스에서 공부하셔서 프랑스어가 익숙하시겠지만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읽을 줄도 모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Darius Milhaud'가 프랑스의 유명한 작곡가 '미요'의 이름 표기라는 걸 제대로 알고 읽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음악 전공자인 필자도 예전엔 '밀하우드로' 읽으며 미요와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작 "봄의 제전" (Le Scare du printemps)과 불레즈의 역작 "주인 없는 망치" (Le Marteau sans maître)는 악보를 분석하며 정밀하게 공부한 적도 있지만 원어 제목을 아직도 읽은 줄 몰라요. 프랑스어를 배운적이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로 제목을 표기 할 때는 반드시 한글 발음을 병기해야 합니다. <쥬 드 큐브 (Jeux de cube)> 또는 <Jeux de cube (쥬 드 큐브)>로요!


한국에서 음악회 감상할 때 제목을 알려면 영어도 모자라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도 읽을 줄 알아야 하니 일반 관객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제발 프로그램을 보통의 한국사람들도 읽을 수 있게 배려하여 만듭시다. 쫌!!


암튼 각설(却說)하고, 짧게 감상평을 달자면 아기자기 하고 재미있는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이날 연주된 곡들 중 유일하게 전자음향이 쓰이지 않은 순수 기악곡인데요... 바이올린이 하모닉스(?)에서 글리산도[각주:1]로 하행하고 그 하행의 도착지점에서 첼로가 바르톡-피치카토[각주:2]로 받고 그 잔향을 그대로 이어 베이스 클라리넷이 빠른 저음의 스타카토를 연주하고 그 흐름을 또 스타카토로 첼로가 주고 받다가 피콜로가 고음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등의 서로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되거나 주고 받는 등의 일련의 움직임이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집중력있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긴장감도 있고 가볍게 유쾌하기도 한 매력있는 곡이었습니다.


SECOND SUITE (2014)

for viola and electronics


Ensemble TIMF의 비올리스트 라세원의 위촉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1. 호기심, 2. 향수, 3. 충동 등

모놀로그 주제에 의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전개방식은 감정적 서술이 아니며, 각 단편들의 주제에 대표적인 동작, 또는 감탄사 등을 음악적 모티브로 하여 발전과 변형으로 서술하였다.

전자 음향이 함께한 작품으로서 자칫 효과 위주의 음악으로 연주되기보다 연주자의 비르투오소가 필연적인 음악으로 작곡되었으며, 비올리스트 라세원의 리사이틀 콘서트에서 초연되었다.


제목과 편성을 다른 곡은 프랑스어로 쓰고 이곡만 영어로 표기했네요. An Ameriacn in Paris?! (feat. Gershwin). 뭐... 문제점은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 했으니 더는......


비올라 독주와 전자음향이 어울어진 곡인데요, 호기심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1악장은 사진으로 포착한 듯한 순간적인 제스처들로 어떠한 물음들을 나타내는 듯 하고요... 2악장은 명상음악 같다는 느낌도 좀 드네요, 그리고 중간에 매우 편안하고 서정적인 선율과 변형되고 흩어지는 전자음향간의 조합이 신비로우면서도 어쩐지 부조화스럽게 인식되기도 해 어색함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향수라는 과거의 기억들이 아름답지만은 않고 스스로에게 왜곡되어지는 느낌들이 있어요. 3악장은 거친 파열음의 활과 천둥같은 전자음이 어울어지고 날카로운 하모닉스에 유리를 긁는 듯한 전자음이 어우러지고, 또 다시 등장하는 거친활의 파열음들이 나무 긁는 듯한 소리가 더해져 매우 자극적인 소리들이 펼쳐집니다. 각각의 악장들이 매우 또렷한 색깔로 구분되어 재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전자음향의 쓰임이 전통적인 대위법의 형태로 전개되는 측면도 자주 있어서 전자음향의 활용 방식에서 식상하다는 느낌도 좀 들더군요.


CORPUSCULES (2002)

pour percussion et électronique

(타악기와 전자음향의 편성)(필자 역)


나는 항상 공기 중에 있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수많은 움직임과 색깔을 상상해 왔으며, 이 작품으로 바로 이러한 상상의 투영과 그들의 신비로움을 예찬하고자 했다.

이 작품 속의 타악기는 일종의 에너지의 원천으로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비브라폰의 Variation이 많은 음색은 additive synthesis에 의해 그 움직임이 더욱 점층되고, 가죽악기들과 카우벨은 Cross synthesis에 의해 그 메세한 파편들로 연결되며, 또 이들은 Spatialization에 의해 공기 중에 순환되고 흩어진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미지의 무한하고 경이로운 에너지들을 호흡하며, 항상 그래왔듯이, 나는 무한히 작은 에너지의 보잘것 없는 하나의 미립자에 지나지 않음을 되뇔뿐이다...

2002년 프랑스 파리의 IRCAM에서 Jean Geoffroy에 의해 실시간 버전으로 초연되었으나, 이후 수년간 Jean Geoffroy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까다로운 현대적 기술력을 최대한 축소한 비 실시간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 역시 프랑스어로 된 제목을 읽을 수가 없었네요. 영어식으로 읽어서 기억하려해도 당시엔 이 단어를 알지 못해 그리하지도 못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전을 찾아보니 물리학에서나 쓰는 고급단어에요. 철학용어로는 원자(물질의 입자)라는 뜻으로 쓰이고 물리학에서는 미립자 또는 소립자라는 뜻이라네요. 사전의 발음기호를 보니 대략 "커르퓌스큘레" 라고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제목도 모르고 들어야 하는 이 기분 정말이지 썩 유쾌하지 않군요. 글자를 보고 있지만 읽을 수 없는... 이 문맹이 된 듯한 기분이란......


타악기의 비브라폰이 트레몰로를 하고 전자음이 글리산도로 '띠~요옹(?)' 하며 흔들리는 구성이나 카우벨, 톰톰, 우드블록 등 다양한 타악기의 음색과 화려하고 기괴한 전자음향이 다채롭게 펼쳐지지만 비브라폰이 트레몰로를 남용하는 측면도 좀 있고, 전자음향도 앞선 곡 처럼 전통적인 대위적 주고 받음을 노골화해 솔찍히 신선함은 좀 덜 합니다. 하지만 역시 여러 타악기를 활용하며 얻게되는 갖가지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들이 흥미롭고 생뚱맞는 소리들과 조화로운 소리를 오가는 전자음향간의 대비와 조화가 긴장을 항상 유지하게 합니다. 그리고 톰톰으로 "뚜그닥" 하며 마무리하는 건 정말 인상적이네요.


ORIENT (2010)

pour flûte/piccolo, violoncello, piano et électronique

(플룻/피콜로, 첼로, 피아노, 전자음향의 편성)


2010년 Ensemble TIMF의 MIX & Match 전자음악 시리즈를 시작한 첫 음악회를 위해 위촉된 작품이다.

2009년 여름 경주의 석굴암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극히 온유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며 우주를 담고 있는 듯한 그 온화한 모습에, 새삼 내 스스로가 그 속에 빨려 들어가는 기운을 느꼈다.

이 작품은 폭발적인 에너지가 아닌 압축하고 흡입하는, 바로 그 석굴암에서 느꼈던 동양적 에너지를 상상하며 구상한 작품이다. 나를 포함한 무수히 많은 보잘것없는 움직임조차 흡입하는 온화함이라는 우주의 에너지를 상상하며...


동양이라는 뜻의 오리엔트 (프랑스어로는 어찌 발음하는지 모름)라는 제목의 곡인데. 이날 연주된 곡 중에 가장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한 곡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 오리엔트라는 단어를 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것은 서구 중심적 관점에서 타자를 구분하는 용어이고 중국에서 타민족을 오랑캐라고 하듯이 서구 유럽이 동쪽의 타 문명을 구분하기 위해 쓰던 용어이니까요. 그래서 시대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집니다. 고대에는 주고 그리스+로마 문명과 구분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일컷는 말이었고, 중세에는 서방 라틴계 기독교 문명과 구분되는 비잔틴과 이슬람권을 그리 불렀죠. 그러다 대항해 시대 식민지였던 인도등이 그 범위에 포함되고 아편전쟁 후 차츰 중국 등의 동아시아도 그 범위에 넣어 버립니다. 즉 동양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썩 유쾌한 용어는 아니지요. 즉 이 말은 서구적 관점에서 동양의 문화를 바라볼 때 쓸 수 있는 말이지 한국인 스스로가 본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문화에 대해 두고 쓸 용어는 엄밀히 말해 접합치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동방주의)(링크)이란 말도 그렇게 쓰입니다. 서구의 작가들이 동양의 가치관이나 예술사조를 모방하는 것을 그리 부르지 동양인 작가 스스로에게는 오리엔탈리즘이 성립되지 않죠. 동양인에겐 반대로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 서방주의)이 있다면 모를까...


그래서 본디 동양인들도 과건엔 동양과 서양을 이분하여 자신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하여 우리나라와 동북방 이민족을 가르켜 모두 동이(동쪽 오랭캐)라 불렀고 서쪽을 서이(서쪽)오랑캐라 했으며 그외 남쪽과 북쪽은 남쪽오랑캐 북방오랑캐 등으로 지칭했습니다. 지금의 아랍인이나 서양인에 해당하는 유럽인들은 먼 서쪽이라 하여 그냥 서역인 또는 (서)양인이라했죠. 즉, 중국인들에게 자신들은 중심이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도 서쪽인 아라비아인을 서역인 또는 양인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아라비아에서 온 덜시머를 양금이라 부르고 양파는 서쪽에서 유래된 파라 하여 양파라 하죠. 즉 동양인들도 그들 중심의 세계관으로 서쪽 사람들을 방향으로 구분지어 부르지만 스스로는 구분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작품의 해설로 보아  한국인 작가가 서구적 관점에서 동양을 지칭하는 제목을 사용한 것은 별로 적절치가 않아 보여요.


그리고 작품에서 들려지는 소리들에서 작가가 의도한 동양적인 에너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성과는 분명하게 거리가 있었습니다. 한 음에 집중을 하고 쉼표를 적절이 활용해 여음을 주는 것은 일부분 그러한 분위기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음을 집중하는 방식은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피아노가 클러스터(Cluster 좁은음정단위의 여러음이 뭉뜽그려 연주되는 음향) 안에서 트레몰로하거나, 피콜로가 그 타격음을 받아 비슷한 특정음을 스타카도하는 방식의 반복을 통한 집중은 시김새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겠다 생각은 되지만 첼로가 지판을 두드리고 거기에 플룻이 키클릭으로 합세하는 초반의 움직임들은 다양하고 화려한 기교들로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러한 기교들이 특정 패턴의 잦은 반복들과 엮이어지면서 초반에 있던 개개의 악기에 대한 집중들을 흐트러뜨리고 이내 그런한 반복이 장시간 지속되면서 곧 개개의 흐름은 잊져지고 그 패턴적 음향적 분위기만이 전달됩니다. 아! 작가가 상상한 흡입하는 우주의 에너지란 이것인가?! 분명 단순한 개개의 움직임으로 집중되어 시작된 흐름이 반복을 거치니 하나의 흐름으로 통칭되는 '분위기'(atmosphere) 또는 '기류'(氣流)가 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동양적 우주관에 대한 표현과 이곡에 대해  작곡가님과 느낀점들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었죠.  여러 사람들과 인사나누시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친절하게 저와의 이야기에 응해주어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총평 및 정리


최지연 작곡가는 전자음악을 많이 하는 작곡가이지만 그의 전자음향 활용방식에서 조금 궁금한 점도 좀 있습니다. 현대음악 사조에서 전자음악의 출현은 악기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음과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와 많은 작곡가들이 주로 이 점에 주목하여 전자음들을 다루고 있죠. 그러나 최지연 님의 음악에서는 전자음향들은 그 활용 어법에서 전통적인 기악음악 처럼 쓰일 때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음악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그 효과의 효율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부호가 생기기도 하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작곡법으로 인해 악기의 특정 소리와 음향을 주고 받는 소리의 균형이 우수한 편이고 연결이 매끄러워 감상으로의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마직막 곡은 개개로 집중을 시키다 그 집중을 흐트려 큰 흐름안에서 멍 때리게 하는 묘한 체험까지 선사하는 등 매력있는 연주회였습니다. 너무나간 포스터와 외국어 남용의 프로그램 안내는 굉장히 불만 스럽지만요...


무엇보다 팀프 앙상블의 연주회의 매력은 연주회 중간의 작곡가의 작품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연주회 후 질문과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작곡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다는 점인데요. 역시 이날 연주회에서도 관객들로 부터 다양한 피드백과 솔직한 의견 및 질문들이 나왔고 또 작곡가께서도 친절히 응해 주어서 매우 유익하고 좋았네요. 또 필자의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일신홀 로비에서도 작곡가님과 잠시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많은 사람들과 인사나누고 기념사진 찍으시느라 정신 없는 와중도 제 질문과 대화에 응해 주셔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최지연 작곡가님의 다음 작품 활동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아래 공감버튼도 클릭도 부탁드릴께요~~!!

이어서 다음 포스팅엔 같은 C-LAB 시리즈로 2월 말에 공연된 작곡가 나실인의 연주회 리뷰가 이어지겠습니다. 많이 구독해 주세요.^^


- 무직자 (Muzik者) -




  1. Glissando : 음을 미끌리듯 끌어 다른 음으로 이동하는 연주법. [본문으로]
  2. Bartok-Pizz.: 현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위로 강하게 뜯어 지판에 튕기에 하여 툰탄한 소리를 내는 주법. 바르톡이 즐겨썻다 해서 그의 이름이 붙었다. [본문으로]